<오후여담>대장금과 사임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예진수 / 논설위원

‘대장금’으로 최고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이영애가 10년의 공백을 깨고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로 복귀한다. 천재 여성화가 신사임당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오는 6월 촬영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벌써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 드라마 관계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미술사학자들은 “시와 그림, 글씨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고 자녀교육과 인격에서도 우수한 슈퍼우먼, 즉 신사임당과 같은 여성을 중국 역사는 만들지 못했다”며 경이롭게 여긴다고 한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한국을 ‘양금(장금의 영어식 표현)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영애는 최근 이란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여러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 대신 한국 주재 이란대사관의 전통 명절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제2 대장금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많다. ‘대장금’이 보통사람도 노력하면 조선의 어의(御醫)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면, 드라마 ‘사임당’은 여성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개척했던 16세기 여인 이야기여서 세계의 보통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연예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한류 프로그램이 들어가는 데 10년, 나오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드라마의 인기가 중국 전역을 한 바퀴 돌고, 사그라질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올해는 ‘대장금’이 중국에 상륙한 지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중국 배우 판빙빙(范빙빙)처럼 또렷한 이목구비를 선호했지만 최근 한류 영향으로 맑고 하얀 피부를 가진 이영애와 전지현 같은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의 기준’까지 바꿔놓은 셈이다.

하지만 한류는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대중문화 한류는 일본에서 기세가 꺾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외국드라마 방영쿼터로 한국 드라마의 지상파TV 방송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만큼 더 훌륭하고 감동적인 콘텐츠와 뛰어난 제작이 필수다. 드라마 ‘사임당’이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주춤한 중국 내 드라마 한류의 활로를 뚫어주길 기대한다. 한류 콘텐츠 제작자들은 시대 흐름을 읽는 드라마가 성공의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