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 흥행에 … 고정금리 대출 100兆 돌파

적어도 5년은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고정금리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행권)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대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추진해 온 데다, 지난 24일 출시한 2% 중반대의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인 ‘안심전환’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찌감치 고정금리 방식으로 대출을 갈아탄 차주의 경우 많게는 1.5%포인트 이상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등 고정금리 차주 간의 ‘명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86조 원가량을 기록한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 잔액은 이달 말 현재 110조 원 안팎까지 늘어났다. 100조 원대를 넘어선 것은 금융당국이 2011년 6월부터 고정금리로의 전환을 독려해 온 이후로 처음이다. 고정금리 잔액 비중 역시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과 나흘 만에 한도액(20조 원)이 매진되자 이날부터 5일 동안 추가 판매(20조 원)에 들어간 안심전환 상품 효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기간의 신청 규모가 20조 원을 초과하면 주택 가격이 낮은 신청자부터 배정해 줄 방침이다. 단 주택금융공사의 자본 여력 때문에 추가 공급 확대는 없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비중 확대 정책에 호응해 일찌감치 대출을 갈아탄 차주의 경우에는 1.5%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더 높게 물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11년 6월만 해도 3.25%에 달했던 기준금리는 현재 1.75%까지 떨어졌지만 3년을 채우지 않고 대출을 갈아타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2억 원을 빌린 차주의 경우에는 많게는 연간 300만 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는 얘기로, 전체 고정금리 차주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금액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