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사회적기업 육성은 복지 확충의 새로운 지평 여는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에서 열린 사회적기업학회 토론회에서 박재환(왼쪽 첫번째) 중앙대 교수와 심상달(〃 두번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경환(〃 세번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사회복지 재정과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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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재정과 사회적기업’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차 사회적기업학회 토론회’에서 사회적기업이 증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확대하는 데 최적화된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회적기업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면 대규모의 증세 없이도 사회 전체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에서 열린 사회적기업학회 토론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K그룹이 후원했다.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박재환 중앙대 교수,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무성 숭실대 교수 등 각계 인사가 토론회에 참석한 가운데 조영복 사회적기업학회장은 “무상복지의 한계로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조달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지재원 조달 문제를 사회적기업이라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처음 시행됐을 당시 사회적기업은 50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 1251개까지 확대됐다. 예비 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446개에서 2717개로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2007년 2539명에서 2014년 2만6229명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발의한 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복지문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는)사회적기업이라는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년 동안 사회적기업이 양적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사회적기업이 고용하는 근로자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형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숙련된 전문지식을 가진 고령자·장애인·청년·경력단절여성·장기실업자 등을 폭넓게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임금·비숙련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사회적기업의 사업 모델은 환경과 문화 분야가 각각 16%로 가장 많고, 사회복지 19%, 보건 11%, 교육 7% 순으로 많다.

고 연구위원은 “사회적기업이 주로 담당해온 업종은 시장에서 매력이 없는 3D 업종에 가깝다 보니 저임금·비숙련 일자리만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청년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푸드트럭을 지역사회의 도시락배달 사업과 연계한다거나,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연극공연을 하는 등의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제안했다. 또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청년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셜다이닝(Social Dinning·함께 먹기) 전용 식당을 만들거나 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카페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공구매에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시장 경쟁력에 기반을 둔 수익 창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맞춤형 경영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고, 사업비 융자 지원을 확대해 자생 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이런 지원을 제공받는 한편 사회적기업은 회계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의 58.6%가 정부의 인건비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 중단이 재정 절벽으로 느껴지지 않으려면 시장에서의 자생력 강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방식 자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현 구조로는 지속성이 약하다”며 “사회적기업의 매출액과 사업연수 등을 고려해 자생력 있는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시설비 등을 지원하고 이후에는 경영 컨설팅과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재평가를 통해 정부지원을 추가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공급과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태규(경제학) 연세대 명예교수는 “사회적기업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문성과 제약이 낮은 분야부터 시작해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서비스로 진출할 수 있다”며 “제약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을 담당하는 비영리단체가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을 담당하는 비영리법인들이 별도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사회적기업의 기업적 성격을 강조하면, 더 유연하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자로서 해야 할 역할만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정부 재원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이럴 경우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위탁공급자 역할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