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정부 ‘安全혁신 마스터플랜’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

세월호 참사 1주년을 2주일여 앞두고 박근혜정부가 국가 차원의 재난 안전(安全)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공허해 보인다. 이완구 총리 주재로 30일 열린 제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심의·확정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사회 도처의 위험 요소들을 발굴하는 ‘국가안전 대(大)진단’을 진행 중인 정부가 4월 말로 예정된 진단 완료를 한 달 앞두고 대책 먼저 발표한 시의(時宜)부터 앞뒤가 맞지 않다. 진찰도 끝내기 전에 처방부터 내놓은 격이다.

특히 현재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있는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방자치단체장도 갖게 하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 재난사태를 선포해야 할 정도면 국가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도 적잖게 투입되게 마련이다. 지자체장의 남용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 결정을 지자체장의 판단에만 맡기기 어려운 이유다. 실행계획에 앞선 종합계획이라 하더라도 향후 5년 간 30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 예산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 행정이다.

안전 마스터플랜이 재난의 예방과 사후 대처에 실질적 효과가 있기 위해선 정교해야 한다. 2017년부터 초등학교, 2018년부터 중·고교에 안전 교과목이나 관련 단원을 신설하는 일 등도 필요하지만, 현행 안전 시스템의 내실화와 함께 민·관(民官)이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풍토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안전 실패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엄중 문책으로 공무원들의 책임감을 확고히할 수 있는 방안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