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lass='emp_01'>[단독]</em>‘빵빵한 매출’… 대전 빵집 성심당, 파리바게뜨·뚜레쥬르도 눌렀다](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4/2024041801072407205001_300.jpg?v=20240418170627)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8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칠보산 화장장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800여 명이 화장장 건립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
지난 3월 28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을 가득 메운 서수원 주민 800여 명은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화성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칠보산 화장장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칠보산 비대위)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아이를 동반한 주부가 대부분이었지만 열기만큼은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방불케 했다.
“지켜줄게, 내 새끼들” “죽은 사람 장사하다 산 사람 다 죽인다” 등 과격한 내용이 적힌 피켓은 물론, 채인석 화성시장의 영정 사진까지 등장했다.
단상에 오른 김수철 칠보산 비대위 공동대표는 “우리 수원시민이 화성시에 무슨 죽을죄를 저질러 화장장 유해 물질을 마셔야 하냐”며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린벨트 해제 혜택 기대감
화성시 화장장 후보지 수용
이웃 서수원 호매실 주민은
“유해물질 오염 우려” 반대
“인체 무해” vs “주민정서 우선”
중재기구 출범에도 ‘평행선’
경기지역 5개 자치단체(화성·부천·안산·시흥·광명)가 참여해 추진 중인 화성 화장장 건립 사업이 인근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 산 12번지에 36만4000㎡(건축 연면적 1만3858㎡)의 입지를 선정하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후보지에서 2km 떨어진 수원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한 것이다. 문제는 간단한 비선호시설 입지 반대 운동으로 보이던 갈등 양상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0일 칠보산 비대위가 결성된 후 현재까지 2만여 명의 수원시민이 화장장 건립 반대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관련 6개 시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 찬반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권 사수 전쟁으로 발전한 ‘님비’= 경기도청과 화성시청 등에 따르면 화성 화장장은 도내 화장시설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 2011년 7월부터 기획됐다. 인구 1300만 명이 거주하고 도내 화장률이 80%가 넘는 경기도에 화장장이 3개에 불과해 광역 화장장 건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원시청을 제외한 화성시청 등 5개 경기 서남권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 5월 후보지 공개모집을 거쳐 같은 해 11월 숙곡1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화장장이 기피시설이라는 인식과 달리 6개 지역이 유치 경쟁을 벌여 한때 ‘님비’를 ‘핌피’로 바꾼 모범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후보지 6곳 중 5개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했다”며 “경제활성화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매실지구 등 서수원 주민들이 2014년 1월 칠보산 비대위를 결성해 총력 투쟁에 나서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주민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한 ‘님비’ 현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비대위는 화장장 유해물질이 미치는 환경 문제를 강조하면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김수철 공동대표는 “이곳 주민들이 도심과 떨어진 외진 동네인 호매실을 선택한 데는 전원생활 부럽지 않은 자연환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원래 부동산 거품이 없는 곳이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화성시청 등 5개 지자체가 2014년 9월 경기도청에 제출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변경안은 최종적으로 국토교통부로 나아가지 못한 채 경기도청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민관(民官) 갈등이 민정(民政)과 민민(民民) 갈등으로= 그 사이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갈등의 판이 더욱 커졌다. 지난 2월 3일 부천의 김경협(새정치민주연합)·원혜영(〃) 의원, 안산의 김명연(새누리당) 의원 등 5개 지자체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6명이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 화장장 건립 추진을 촉구하자 같은 시각 서수원 지역 주민 700여 명은 도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면서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
한발 더 나아가 민민(民民) 갈등의 씨앗도 나타나 상황은 더 험악해졌다. 2월 초 숙곡1리 주민을 주축으로 결성된 화성시 종합장사시설 건립추진 매송면 비상대책위원회(추진 비대위)는 3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는 서수원 주민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과학적 증거 대 주민 정서= 화성시청 등 5개 지자체는 절차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정당한 화장시설을 주민들이 막연한 선입견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화장시설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평균 20∼50PPM으로 화장시설 배출 기준치인 80PPM에 못 미치는 수치이고, 다이옥신 역시 0.008ng-TEQ/S㎥에서 0.503ng-TEQ/S㎥로 허용기준치인 5ng-TEQ/S㎥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추진 비대위의 이필창 숙곡1리 이장은 “엄밀히 말해 화성 화장장은 호매실지구와 근접한 칠보산 자락에 들어서는 게 아니라 산을 두 개 넘어야 나오는 함백산 기슭에 지어진다”며 “2∼3㎞ 밖에서 환경 파괴를 얘기하는 서수원 시민들의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화성 화장장을 반대하는 호매실지구 주민들은 과학만능주의가 주민 정서까지 대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칠보산 비대위 관계자는 “과학으로 모든 안전성이 보장되면 굳이 현재 입지를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무력한 중재 역할= 서수원 지역 주민들은 수원시청이 방관해 스스로 주민 보호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한 수원시민은 “자신의 집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웃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가장이 지금 수원시청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시청 관계자는 “화장장 유해성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이전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난처한 눈치다. 경기도청 역시 “주민의 의사를 듣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원시청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기도청 주관 아래 갈등관리기구가 출범했다는 점이지만 이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3월 18일 수원시와 화성시 주민대표 각각 5명, 갈등조정 전문가 2명 등 12명이 모인 첫 번째 대화 테이블에서는 갈등관리기구 명칭에 ‘부지이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느냐를 두고 대립하다 4시간 만에 결렬됐다. 이날 회의를 참관한 서수원 지역주민 김모(45) 씨는 “부지 결정에 따른 설득과 원천무효라는 양측 입장 차이가 조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백 번을 더 만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화성=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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