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1 부실 5년동안 ‘깜깜’… ‘전자파’ 평가도 안하고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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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폭발탄 EMI 차폐막 규격 초기설계과정서 적용안해 논란

군 당국이 K-11 복합소총의 20㎜ 공중폭발탄 18만8000발을 2010년 양산할 당시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전자(기)파 간섭(EMI) 영향성 평가를 설계과정에서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K-11 소총은 군이 명품무기로 홍보해 왔지만 양산과정에서 잦은 폭발사고로 ‘총체적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문화일보 2014년 10월 16일자 1면, 10월 20일자 1·6면 참조·사진)

공중폭발탄 앞부분 전자 신관의 EMI 영향성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EMI 차폐막 규격 자체를 K-11 초기 설계 과정에서 적용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군 당국과 업체 간에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발 초기 양산된 구형 공중폭발탄이 고출력 전자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재 남아있는 15만 발(240억 원어치)이 전량 폐기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일 “기존 구형 20㎜ 공중폭발탄에 대한 전자파 영향 평가는 2차 총기 내 폭발사고가 발생한 2014년 3월 12일 이후에 처음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2010년 초도 생산 및 1차 총기 폭발사고(2011년 10월 14일) 당시 공중폭발탄에 대한 전자파 영향성 평가를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앞서 전날 기자들과 만나 “ADD와 기품원 주관으로 지난해 8∼12월 기존 구형 20㎜ 공중폭발탄에 대한 전자파 영향성 확인 시험을 한 결과 저주파 대역(60Hz)의 고출력(180dBpT) 전자파에 대한 영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전자파 영향하에서 기존 20㎜ 공중폭발탄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기관인 한국전자파연구소를 통해 5월 중 시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또 “시험·분석 결과를 고려해 올해 2분기 중 생산탄을 전량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저주파 대역 고출력 전자파는 일반적 자연환경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준비 중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교란 등 전자전 공격 시 K-11 공중폭발탄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2011년 1차 총기 폭발사고 당시 기존 탄약 7800여 발에 대한 시험사격 결과 문제가 없어 사용 결정과 함께 2012년 10월 양산 재개 결정을 내렸지만 정작 전자파 영향성 평가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