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마스터스가 최고인 이유

지구촌에서 열리는 골프 대회 중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까지 오는 여정은 쉽지 않지만 기자는 올해로 열 번째 마스터스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마스터스는 변함이 없습니다. 골프장에는 여전히 ‘녹색’과 ‘흰색’만 있습니다. 잔디와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클럽하우스와 부속 건물들, 그리고 각 홀에 배치된 리더보드 판은 모두가 흰색입니다. 알록달록한 광고판 하나 없습니다. 1주일간의 마스터스를 위해 5개월 동안 문을 닫고 준비합니다. 그래서 골프장에는 잡초 하나 없는 융단 같은 페어웨이를 유지합니다. 선수들이 샷을 해서 생긴 디벗 또한 다음 날이면 말끔히 수리해 놓습니다.

마스터스가 가장 자랑하는 전통은 ‘한번 맺은 인연은 변함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골프 대회 중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대회입니다. US오픈이나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다른 메이저대회의 경우 우승자 예우는 5년뿐입니다.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은 챔피언은 스스로 불참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그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패트런’이라 불리는 독특한 갤러리제도 역시, 한번 맺은 인연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패트런이 되면 평생 마스터스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골프장 측에서 정확한 인원을 밝히지는 않지만 약 4만 명의 패트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마스터스 시즌권(1∼4라운드)은 325달러(약 35만5000원)인데 현재의 암표 가격은 5000∼1만 달러를 주고도 구하기 힘듭니다. 패트런은 엄청난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패트런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만 권리를 물려주도록 하고, 배우자가 없을 경우 대기 순번에 따라 패트런 권리가 넘어갑니다.

취재기자들과도 비슷한 인연을 맺습니다. 한번 취재등록을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매년 초청장을 보내옵니다. 그렇다고 남발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약 500명에게만 초청장을 보내고, 이곳에 온 기자들에겐 ‘무한 혜택’을 줍니다. 미디어 건물 내에 카페와 식당을 겸한 ‘버틀렛 라운지’에는 모든 식음료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기념품 가격도 지난해 그대로입니다. 마스터스 단골을 상대로 돈을 벌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마스터스는 1억1500만 달러(125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순수익만 3000만 달러(327억5000만 원)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역사가 가장 짧습니다. 하지만 선수나 팬들에게 ‘꿈의 대회’로 도약한 데는 이처럼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거스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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