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물포럼>국제 망신 ‘자격루 사고’… ‘靑 생략 요구’ 무시된 채 강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민망한 웃음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퍼포먼스로 준비된 ‘자격루 줄당기기’ 행사 중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줄을 당긴 후 나무로 된 자격루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박 대통령과 외빈들이 민망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관계 단체들 변명하기 급급… 국제망신 책임소재 가려야

세계물포럼 개회식의 메인 퍼포먼스 행사 도중 자격루(물시계) 구조물이 뒤집어지는 국제 망신을 당하면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일어난 이 일은 일시적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퍼포먼스를 생략하자는 청와대의 요구를 무시한 채 조직위가 강행했다는 증언이 나와 진상규명이 요구된다.

13일 행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물포럼 개회식 중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급 인사 등 내빈 13명이 ‘자격루 줄 당기기’ 퍼포먼스를 위해 줄을 당기는 순간, 높이 2m의 자격루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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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은 행사 대행 기획사에서 나무로 만들었다. 조직위는 서울에 있는 한 기획사가 자격루 퍼포먼스를 요청해 사전 검토한 뒤 50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을 맡겼다는 것. 퍼포먼스 기획사는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A 전 국회의원의 부인이 공동대표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측은 내빈 13명이 줄을 당기는 상황을 가정해 수차례 줄을 당겨 물이 흘러내리는 퍼포먼스를 연습했다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사전에 몇 번 행한 리허설 때는 줄을 세게 당기지 않았으며, 그래도 줄이 잘 당겨지고 물이 제대로 흘러내려 아무 이상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빈들과는 별다른 예행연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측은 “어느 정도 힘으로 줄을 당겨야 하는지 분석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기획사 퍼포먼스 연출자는 “줄을 50㎝ 정도만 당기면 자격루가 기계적으로 작동하도록 돼 있는데, 내빈들이 너무 세게 당기는 바람에 자격루 안의 매듭까지 영향을 미쳐 통째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청와대 측에서 자격루 구조물이 불안정해 의전상 퍼포먼스를 생략할 것을 조직위에 요구했는데도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국가적 행사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 실수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깜짝 이벤트로 마련됐으며 자격루 줄을 당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구시장도 사전에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위 관계자는 “당연히 공지했으며 사고가 나자 모른 척한다”고 반박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조직위에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경북은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고, 국토교통부 측은 “퍼포먼스는 조직위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조직위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사고원인 분석에 나섰다. 조직위 관계자는 “구조물 공학자들로 구성된 외부기관에 맡겨 설계가 잘못됐는지 여부 등 책임소재를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