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물 30개 5000원… 대학가의 ‘자린고비’ 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머니 가벼워 실속 추구
필요할 때 필요한 것들만
젊은층 새로운 문화 정착

서울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26) 씨는 이번 달 스마트폰 데이터를 모두 사용했다. 이 씨는 비교적 저렴한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한 까닭에 월 1.5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데, 보름도 안 돼 이를 다 소진하고 만 것이다. 스마트폰 요금제 상향을 고민하던 이 씨는 며칠 전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남는 데이터를 판다’는 글을 떠올렸고, ‘직거래’를 통해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3000원에 샀다. 이 씨는 “원룸 월세 등을 내느라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며 “데이터가 늘 부족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를 조금씩 구매해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26) 씨는 이달 초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0.8㎖ 인공눈물 30개를 5000원에 샀다. 약국에 가면 8000원은 줘야 살 수 있는데, 직거래해 3000원 정도를 아낀 것이다. 김 씨는 “평소에도 단돈 1000원이라도 싼값에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직거래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인공눈물, 생수, 라면 등 ‘작은 아이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가구, 전자제품 등 고가의 물품들이 중고 거래의 주요 품목이었다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값싸고 사소할 수 있는 물건까지 사고파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과 ‘실속형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각 대학교 커뮤니티,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작은 아이템 거래를 원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14일 ‘0.4㎖ 인공눈물 100개 1만 원에 팝니다’ ‘생수 500㎖ 20개 5000원에 팔아요’는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성균관대 커뮤니티사이트에는 ‘너구리 개당 400원에 총 20개 팝니다’는 글도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데이터를 판다는 글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하루 100여 건, 각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5∼6건 가량씩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이종(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값싸고 사소한 물건을 친구에게 그냥 주지 않고 가격을 정해 사고파는 것은 취업난 등을 이유로 젊은층이 풍요롭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또 과거와 달리 몇 천 원하는 물건까지 사고파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