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대한민국>‘세월가는 줄 모르고 오뎅탕…’ 상식이하 비하, 조롱

‘진도에 가서 세월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맛나는 오뎅탕 먹을 사람.’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최근에는 국물이 더 진하고 얼큰해졌다는데”라며 “둘이 먹다 전원 죽어도 모를 정도”라고 적었다.

전체적인 맥락을 따져 볼 때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기 위해 쓴 글로 추정된다.

‘오뎅(어묵)’은 일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기 위해 쓰는 단어로, 지난 3월 검찰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오뎅으로 지칭한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모욕)로 김모(20) 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게시판에는 이 밖에도 “세월절 1주년에는 집에서 노란 리본으로 포장한 세월호 모양 케이크를 먹으면 되느냐” “다이빙벨 한 번 보면서 게임으로 타이타닉을 하겠다”는 등 유가족을 깎아내리는 무개념 글들이 수두룩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부분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오뎅’이란 단어를 섞어 글을 올리거나 어묵으로 만든 음식 사진을 글과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욕죄로 인한 처벌을 의식한 듯 ‘고소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 회원은 “게시글에 ‘이 글은 단원고 학생 및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전혀 관계가 없는 허구입니다’라는 문장을 달면 모욕죄를 피해갈 수 있다”면서 처벌을 면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세월호 한 유가족은 “1주기를 앞두고 떠나보낸 가족이 떠올라 안 그래도 가슴이 아픈데 유가족을 비하하는 글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상식 이하의 글로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