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학교폭력과 사학비리에 맞서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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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드라마 속의 상황이라 해도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물론 10대 청소년들이 한창 꿈과 희망을 키워야 할 학교에서의 폭력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량청소년들의 일탈이라고 생각했던 학교 폭력과 사학 비리의 실상을 다룬 드라마의 내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학교 폭력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여고생 신분으로 돌아간 엄마의 고군분투를 다룬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앵그리맘’은 이렇게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폭로한다.

여고생의 임신과 죽음으로 시작하여 사학 비리와 같은 거대 권력의 부정부패와 비리로 이어지는 극적 상황들은 무한 생존경쟁만 강조하는 학교 현실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한때 ‘벌구포 사시미’로 불렸지만 지금은 전문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가던 조강자(김희선)가 딸 오아란(김유정)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드러난 교육 현장은 지옥과도 같다. 여고 시절 죽고 못 살던 일진 친구 한공주(고수희)의 도움으로 위장 입학한 조강자가 학교 폭력을 통쾌하게 진압하는 것 같았지만, 거대 사학의 부정과 비리는 그리 쉽게 척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 권력을 등에 업은 사학 재단의 절대적인 영향력 앞에서 좌절감만 커질 뿐이다.

오아란은 명성고 법인 기획실장이자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교육부 장관 강수찬(박근형)의 숨겨진 아들인 교사 도정우(김태훈)에게 몸과 마음을 주고 버림받은 친구 진이경(윤예주)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려고 몸부림치지만, 진실을 은폐하려는 도정우에게 협박당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조강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딸 오아란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좌절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임신시키고 버림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 도정우의 만행을 교육청에 고발한 조강자는 학교에서 퇴출돼야 할 도정우가 아버지의 권력을 악용하여 이사장이 돼 귀환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는다. 학교가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잔인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교사 도정우가 학교 폭력의 배후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도정우의 악행에 무감각한 학교 현실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공교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환기시킨다. 물론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고 믿는 순수한 영혼의 교사 박노아(지현우)를 통해 조심스럽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박노아 역시 학생 인권침해 현장을 목격하고도 학생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할 뿐이기에 시청자의 절망감은 더욱 증폭된다.

그저 드라마 속의 상황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공교육 현장이 너무 황폐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보다 상대방을 짓밟아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한 생존경쟁을 강요하는 교육 현실에서 성적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부모의 권력을 내세워 선생을 기만하며, 친구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하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만약 진심으로 학교 폭력과 사학 비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상황 전개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들더라도 끝까지 시청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문제의식이 두드러진 드라마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