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14세 자폐소년 천재적 미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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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재활시설 변유빈 군…‘동영상 같은 느낌’

수년째 장애아동 시설에서 생활해 온 14세 소년이 미술에 천재적 재능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따르면 경기 용인의 장애아동 재활시설인 ‘양지바른’에서 생활 중인 변유빈(14·사진) 군은 자폐증을 앓는 2급 지적장애인이다.

지난 2009년 일반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변 군은 이후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고, 이곳에서 교사가 쓰고 남은 이면지에 연필 등으로 그림을 그리며 외로운 심정을 달랬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폐증 증상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변 군의 일과는 창틀이나 복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시시각각 모습이 바뀌는 구름의 흐름을 그리는 것이다. 마치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색채가 특징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구름만 그리던 변 군은 서서히 하늘에 걸린 전선, 전선 위의 새집, 나무, 사람 등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변 군은 특히 전에는 먹구름을 그리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밝은 햇살도 그림 소재로 자주 사용, 한층 밝아진 심리상태를 엿보게 하기도 한다.

변 군은 지난해 모 대기업이 주최한 환경공모전에 그림을 출품해 우수상을 타낸 데 이어 ‘장애인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그림 공모전’에서도 장려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올해 2월에는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인 ‘봄 프로젝트’에 참여해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고 있다. 변 군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날부터 송파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인 장애 청소년 미술 전시회에도 이미 작품을 출품했다.

변 군을 지도하는 전문예술단체 시스플래닛의 오윤선 대표는 “변 군의 작품에는 비가 오고, 먹구름이 끼고, 새가 날고, 비행기가 지나가는 일련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담겨 있어 평면상의 그림인데도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피어난 흔치 않은 재능이 묻히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용인=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