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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4월 17일(金)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방식은 지성적 삶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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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프랑스에 머물던 수전 손탁. 세 살부터 독서를 시작했다는 그는 평생 책과 함께 했다. 마음산책 제공

수전 손택의 말 / 수전 손택·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자,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 지금 있는 곳에, 자기 삶 속에 자기 자신과 동시에 존재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온전한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입니다.”(p 29)

자신과 세계, 그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을 품은 세계와 이 세계를 품은 삶에 온 주의를 집중하겠다는 이는 소설가·희곡작가·영화제작자로 열혈 페미니스트이자 정치 행동가였던 수전 손택(1933∼2004)이다. 사고하는 삶을 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사고하는 일이 상호보완적임을, 또 그것이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 손택은 살아생전 ‘뉴욕 지성계의 여왕’, ‘미국 문학계의 다크레이디’,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였다. 하나의 수식어에 담을 수 없는 이 유니크한 캐릭터의 생명력은 사후에도 맹렬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크고 작은 가십 기사들, 무수한 평전과 회고록이 나왔으니 말이다. 1978년에 이뤄진 ‘롤링스톤’지 인터뷰를 수록한 이 책이 37년 만에 출간된 것도 생명력의 또 다른 증명이다. 인터뷰 당시 손택의 나이 마흔다섯.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 수술과 투병을 거친 뒤, 역작 ‘사진에 관하여’(1977)로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때였다. 인터뷰는 1978년 뉴욕과 파리에서 두 차례 진행됐으며, 그다음 해 3분의 1분량이 지면에 게재됐다. 인터뷰 전체, 논리적이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이 넘치는 그의 육성 전체가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첫 공개’라는 의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손택의 ‘말’이 40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도 하나도 낡지 않았다는 것이다. 낡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여전히 하루하루 별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벨 만큼 날카롭다. 1978년, 당시 그와 그의 말이 얼마나 충격적인 문화적 프런티어였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인터뷰는 사랑, 에로티시즘, 죽음, 독서, 글쓰기, 나이듦, 결혼, 작가로서의 소명, 현대적 파시즘과 예술 등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건너가며 삶에 대한 엄격함과 자유로움을 이야기한다. 그 누구가 아닌 자기의 삶,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해 무뎌지지 않는 사유와 행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엄격했고, 남성과 여성·젊음과 늙음·사유와 감정·심장과 머리같이 세상이 정해준 이분법과 관습적 스테레오타입을 가볍게 넘어서려 했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그에게 지성적이란 “어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은 게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생각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그냥 제가 하는 일의 일환입니다. 사람들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하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죠.” 세상은 “사회의 모든 것이 공모해, 삶의 방식에서 가장 진부한 수준의 감정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제거하려 하는 곳”이라는 그는 진부해지기 십상인 세상 속에서 “새로운 감정들을 의식하게 만드는 사건은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아닌 것들을 통렬히 의식하고 깊이 매료되면 흥미가 생기고 알고 싶다”고, “내 삶의 기원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언제나 더 멀리멀리 나아가 새로운 시작들을 꿈꾸며 궁극적으로 거짓되고 선동적인 해석들을 파괴하려 한다”고 했다.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끝없는 작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아무리 해도 허위나 허위의식, 해석의 체계를 끝장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착시와 허위와 선동을 파괴하려고 애쓰는, 그래서 만사를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해요. 만사를 더 단순하게 만들려는 불가피한 기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에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이니까요.” 작가로서의 소명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손택도 손택이려니와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1960년대 초반 손택이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일 때 대학교지 기자로 인연을 맺은 인터뷰어 조너선 콧 덕분이다. 손택 못지 않은 지적인 깊이를 보이는 그는 팽팽하면서도 따뜻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손택으로부터 충분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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