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브로커 척결운동’ 전국으로 확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법조계 내 소송수주 과당경쟁으로 변호사 명의를 빌린 사무장(브로커)들의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7일 오전 부산 시내에 한 법률사무소 명의의 ‘파산회생’ 수임을 위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제공

명의 빌려 영업 보따리 사무장
부산지방변호사회,첫 檢 고발
소속 변호사 5명 전담팀 구성

‘파산 회생’ 현수막 광고 내고
‘면책 인가 98%’ 허위 문자도

“‘보따리 사무장’ 같은 지역 법률시장의 질서 문란이 극심해 철저한 자정(自淨)운동은 물론, 강력한 방지대책을 세워 나가겠습니다.”

로스쿨 졸업생 등 한 해 2500명씩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의 과잉 수주 경쟁으로 변호사 명의를 빌린 사무장(브로커)들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 변호사회는 이 같은 불법행위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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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변호사회는 17일 속칭 ‘보따리 사무장’ 2명을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이들을 고용한 변호사와 법무법인 등에 대한 징계를 서울 변호사회에 요청했다. 사무장들은 부산, 경남 일대에 ‘파산 회생 사건, 월 20만 원으로 신청 가능’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의뢰인들에게 “변호사를 만날 필요 없이 직접 수임계약을 체결하면 된다”며 사건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또 ‘면책, 파산 인가 확률 98%’ 등의 선전용 문자메시지를 살포하기도 했다. 부산변협은 혼탁 사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집행부 변호사 5명으로 전담팀까지 구성해 정보 수집 및 단속에 나섰다.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서울변협은 올 들어 이미 이 같은 사례 10여 건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또 불법행위를 신고해올 경우 한 건당 100만 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실제 처벌사례도 나오고 있다. 울산지법은 지난 16일 변호사법 위반죄로 기소된 변호사 사무장 A 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7000만 원, 돈을 받고 변호사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B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를 이용해 지난 2012∼2014년 고객의 등기신청 사건을 대리한 것을 비롯해 수수료 4억6000만 원을 받고 3700여 건의 등기신청 사건을 대리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무장은 명의를 빌린 대가로 매달 300만∼500만 원을 지불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무등록 사무장이 변호사 이름을 빌려 가격 흥정에 나서는 행위를 넘어, 아예 사무장이 신참 변호사를 고용해 영업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지법은 최근 ‘개인회생’ 브로커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모니터링에 나서기로 했고, 대구변협은 브로커 활동을 막기 위해 변호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남의 재산과 인권을 다루는 전문직인 변호사들의 역할을 브로커들이 하게 되면 의뢰인의 인감서류, 집문서 등 주요 개인정보를 악용한 대규모 횡령 등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