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박준호 증거인멸 주도 정황 포착

검찰, 오늘 첫 소환 조사… 검찰 출두 늦어져 잠적설 소동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가 CCTV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1일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사건 핵심 참고인인 박 전 상무를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2일 이 사건을 파헤칠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이후 9일 만에 처음으로 정식 조사를 받는 첫 참고인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담은 메모 관련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에서 압수한 회사 내부 CCTV 녹화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CCTV 녹화 자체가 안된 사실을 파악하고, 박 전 상무가 주도적으로 증거인멸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당초 박 전 상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검찰청사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가 검찰 측과 연락이 끊긴 채 2시간 가까이 나오지 않자 조사를 거부하고 도피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한때 일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가 이날 자택에서 검찰 청사로 직행하지 않고 도중에 변호인을 대동하고 오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상무는 이날 낮 12시 25분쯤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으며,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목격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의혹을 뒷받침할 ‘비밀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특히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메모 속 인물 외 다른 인물의 금품수수 의혹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성 전 회장과 얘기를 나눈 게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금품의혹과 관련해서 생전에 특별히 한 말은 없었고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일부 임원과 변호인을 만나 나눴다는 ‘대책회의’ 역시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하는 내용 외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족 이야기 외에는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대책회의를 함께 했다는 점에 주목해 박 전 상무를 핵심 참고인 가운데 첫 소환자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자살 당일인 9일 오전 7시쯤 전화를 걸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봤을 때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대해 박 전 상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자살 전날 대책회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와 관련된 얘기만 나눴다“고 말해 왔다. 박 전 상무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야당 국회의원 4명의 보좌진을 지낸 경력도 있어 성 전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하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주 박 전 상무와 성 전 회장 수행비서 출신 이모(43) 경남기업 홍보부장을 검찰청 외부에서 접촉해 사전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각각 4시간 정도 검사와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박 전 상무 등에게서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상의에서 나온 여권핵심인사 8인과 관련한 메모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존재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부터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 일부 사무실과 지하주차장 CCTV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경남기업 압수수색은 지난 3월 18일과 4월 15일에 이어 세 번째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추가 증거 확보와 증거 인멸 의혹 확인을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정철순 기자 haas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