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朴·李 이어 총무팀장 소환… 檢 ‘비밀장부’ 확보 주력

檢 “소환된 총무팀장은 증거인멸·리스트와 연루”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27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정모(47)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 팀장을 상대로 성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관여하고,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 인멸·은닉 행위에도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정 팀장은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재직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과거 김한길 의원의 비서관을 한 경력이 있다. 정치권 경력이 많은 편이라 성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인물로 꼽힌다. 정 팀장은 지난 3일 성 전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 당시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이용기(43·구속) 경남기업 홍보부장과 함께 수행을 담당했던 인물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검찰은 정 팀장이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가 주도한 증거 인멸·은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팀장이 “수사의 두 가지 주요 흐름(리스트 의혹 및 증거 인멸)과 관련된 인물”이라며 “심층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의 증거 인멸과 은닉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의 구속영장에 지난 3월 18일 오전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이 1차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대책회의를 한 사실을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은닉된 자료를 현재 확인했으며, 어떤 자료가 어디에 숨겨졌는지는 계속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이 빼돌린 자료에 성 전 회장 집무실에 있는 최근 3개월간의 일정 자료 등이 포함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압수수색이 정·관계 로비 의혹과 무관치 않았고, 로비 수사에 출발점이 되는 일정 자료를 폐기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이 리스트와 관련된 자료를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숨겨진 자료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구속된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의혹 관련 증거 인멸·은닉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성 전 회장의 횡령 혐의 등과 관련된 회계 자료만 빼돌려졌을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이다. 박 전 상무 등은 구속된 이후에도 검찰에서 “비밀장부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정철순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