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FNC엔터테인먼트 소신에 박수를

여기 이상한 드라마 한 편이 있습니다. 27일 처음 방송된 KBS 2TV 새 월화극 ‘후아유-학교 2015’죠. ‘학교’ 시리즈는 1999년 처음 방송된 후 16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KBS 드라마국의 효자 콘텐츠인데요. 그동안 조인성, 장혁, 하지원, 김우빈, 이종석 등이 신인 시절 이 드라마에 출연한 후 스타덤에 올랐으니 ‘스타 사관학교’라 불릴 만하죠. 이 드라마의 제작사는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한 FNC엔터테인먼트입니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를 비롯해 걸그룹 AOA와 배우 이동건, 이다해 등이 속한 중견 기획사죠. 하지만 ‘후아유’에는 이 회사 소속 배우가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습니다. 소위 ‘끼워팔기’가 없다는 거죠.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요? 끼워팔기는 연예계의 오랜 관행입니다. 스타 한 명을 캐스팅하려면 같은 소속사에 속한 신인 1, 2명을 줄줄이 달고 오고, 매니지먼트를 겸한 제작사는 소속 배우에게 좋은 배역을 몰아주기도 하는데요. 꿩 먹고 알도 먹겠다는 거죠.

끼워팔기 매니지먼트를 곧잘 하는 한 기획사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주저 없이 답을 하더군요. “다른 소속사 배우 출연시켜 띄워주기보다는 내 배우 끼워 넣으며 욕먹는 게 덜 억울하다”고요.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성공했느냐?”고. “그때그때 다르다”는 뻔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 경험상 끼워팔기가 만연한 드라마치고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조화가 중요하죠. 평소 연기 잘하는 배우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대중은 외면합니다. ‘신의 한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재적소’를 실천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사람 욕심이 개입되면 합리적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드라마판에서 힘깨나 쓴다는 작가, PD, 제작자들이 친분 있는 배우 한 명씩 밀어 넣으며 욕심이 섞이다 보면 드라마는 엉뚱한 곳으로 가고 말죠.

그런데 이런 행태가 과연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만 이뤄질까요? 예능을 보면 특정 MC의 라인에 속한 패널이 즐비하고, 회사 생활을 하며 줄을 잘못 타면 승진길이 막힙니다. 정치판은 또 어떤가요? 여야, 계파, 지연, 학연 등 편 가르기와 끼워팔기가 가장 빈번합니다. 배우 한 명이 ‘발연기’를 하면 드라마판을 흐리지만, 정치인 한 명이 ‘발정치’를 하면 나라×이 엉망이 되는데 말이죠.

FNC의 소신 있는 행보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관행에 젖은 눈에는 이상한 행보로 보일 테죠. 하지만 배우 한 명을 끼워 넣는 것보다 드라마 자체가 흥해야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법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나무만 보다 숲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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