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한류를 만드는 사람들>“‘K-발라드’로 세계 울릴 날 머지않았죠”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이름을 참 잘 지은 회사다. 일단 성시경과 박효신이라는 발라드계의 두 거물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신인 아이돌 그룹이 봇물처럼 쏟아질 때 론칭한 빅스(VIXX)는 비슷한 시기 데뷔한 그룹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 K’ 시즌1의 우승자인 서인국을 영입해 그를 톱가수이자 주연급 배우로 성장시켰다. 회사명인 젤리피쉬(해파리)처럼 활동폭이 변화무쌍하다. 이 판을 조율하는 황세준(42·사진) 대표와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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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과 박효신, 발라드와 공연계의 두 거물을 동사에 매니지먼트하면상충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웃으며)그걸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밖에서 보면 동방신기와 빅뱅이 한 소속사에 있는 느낌인가 보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가수다. 성향과 성격, 활동 방향도 달라 공존한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디션을 보러 온 친구들에게 둘 중 좋아하는 가수를 물으면 반응이 완전히 갈린다. 음악적으로 두 사람의 색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이 아이돌로 재편되며 발라드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지 않나.

“시장 구조상 당연한 것 같다. 두 사람은 이미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지만 지금은 신인이 솔로 가수로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다. 산업적으로 볼 때 회사가 발라드 가수를 기획한다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 반면에 이미 입지를 굳힌 발라드 가수들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K-팝이 아닌 두 사람을 앞세운 ‘K-발라드’가 한류의 신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성시경은 이미 한 해에도 몇 회씩 일본 공연을 한다. 3000석 정도는 무난히 매진된다. 박효신 역시 뮤지컬을 하면 한류 팬들이 공연장을 찾아온다. 해외에 K-발라드를 찾는 시장은 분명히 있다. 특히 드라마 OST를 통해 노래가 알려진 발라드 가수들이 각광받고 있다. 박효신의 ‘눈의 꽃’은 중국에서도 유명하고, ‘별에서 온 그대’의 OST를 부른 성시경은 배우 전지현과 함께 중국 프로모션도 했었다. 꾸준히 러브콜이 온다.”

―그럼에도 K-발라드의 해외 진출이 K-팝보다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돌은 해외서 활동하는 것이 수익이 더 높은 반면, 발라드 솔로 가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여전히 국내가 더 높다. 연말이 되면 국내 공연 스케줄이 꽉 차기 때문에 해외 스케줄 조율도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K-발라드의 해외 공략이 전략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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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 얘기를 해보자. 젤리피쉬가 아이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좀 놀랐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해서 또 한 번 놀랐다.

“빅스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돌 그룹이다.(빅스는 지난 3월, 2회 공연을 매진시켰다) 성시경과 박효신이 서던 무대에 2013년 데뷔한 빅스가 올랐을 때 감격스러웠다. 지난해에는 일본 굴지의 음반제작사 빅터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1호 한국 가수가 됐다. 빅스의 일본 진출길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요즘 일본 내 한류가 많이 침체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빅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결국은 기획과 콘셉트를 잘 잡아 그룹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빅스의 경우 뱀파이어, 사이보그, 지킬앤드하이드 등 다양한 콘셉트로 이미지 메이킹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은 빅스의 이런 특징에 주목했다. 일본 측에서도 “독특하다”고 평가해준다.”

―‘일본 한류는 죽었다’는 말에 동의하나.

“그렇지 않다. 빅스는 요즘 오히려 더 각광받는다. K-팝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오르내리는 흐름은 있지만 장르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숨 고르기’ 과정이라 생각한다. 몇 해 전까지 신인 아이돌 그룹의 ‘한국 데뷔-일본 진출’은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옥석 고르기’ 단계다. 일본도 실력이 검증된 한류 그룹만 원한다. 오히려 시장이 안정돼가는 시기라 보는 것이 옳다.”

―소속 연예인 중 ‘포스트 한류’에 가장 근접한 스타를 꼽아 달라.

“서인국이다. 그는 노래와 연기를 겸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다. ‘슈퍼스타 K’ 우승자인 만큼 가창력과 무대 매너가 뛰어난데,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맡는다. 우리도 서인국이 이런 배우가 될 줄 몰랐다.(웃음) 과거 안재욱, 류시원, 박용하 등 노래와 연기를 겸한 1인 한류 스타가 많았다. 서인국이 그 명맥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젤리피쉬의 운영 방향은.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려 한다. 보컬리스트, 아이돌, 연기하는 가수가 시장에는 공존한다. 그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황금비율을 맞추는 것이 회사의 몫이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열심히 뛰어 주는데 회사도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