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삶의 터전 강탈” vs “지역도 혜택” … 첫 삽 못뜨는 제2캠퍼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강대 제2캠퍼스 설립이 예정된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 앞에서 지난 4일 양정역세권개발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캠퍼스 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앞에는 이 대학 남양주 제2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는 경기 남양주 주민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양정역세권개발 주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인 이들은 ‘서강대 학생들에게 호소합니다’는 글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며 “남양주 주민들이 대대로 일궈온 삶의 터전을 서강대가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기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서강대가 제2캠퍼스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양정역 일대는 지난 40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우리는 그동안 화장실조차 마음 놓고
보수할 수 없었다”며 “환경보전을 위해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서강대 캠퍼스를 건립한다며 우리를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시가 추진하는 양정역세권복합단지 사업은 양정역 일대를 개발해 상업·주거·연구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올해 하반기 개발제한구역 해제 결정 고시가 나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돌입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교육도시를 표방하는 남양주시가 지난 2010년 서강대와 체결한 ‘21세기형 GERB(Global Education, Research & Business) 캠퍼스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명시돼 있다. 협약에 따르면 서강대는 양정역 일대에 27만7600여㎡ 규모의 학교 부지를 조성해 제2캠퍼스를 건립한다. 학생이나 교직원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 측의 반발로 서강대와 남양주시는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대위가 서강대 남양주 캠퍼스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남양주시가 2009년부터 양정역세권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6년 동안 개발부지 규모를 4번이나 바꿔 혼선을 준 것을 꼽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남양주시가 대학도시를 설립한다며 서강대에 특혜를 주려고 개발부지 면적을 바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개발부지 규모가 바뀌는 과정에서 개발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달라졌고 보상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심화했다”고 말했다. 2009년 59만5000여만㎡ 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던 양정역 일대는 남양주시와 서강대가 MOU를 체결한 후 304만1000㎡ 규모로 계획이 바뀌었다. 이후 2012년 231만4000㎡로 축소됐다가 2013년 최종 171만9000㎡ 규모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자금조달이나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개발부지 규모가 바뀐 것”이라며 “개발면적은 남양주시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국토교통부 등 중앙 관계부처에서 도시 규모 및 자금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최종 심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상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양정역 주변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도 서강대가 이전하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서강대가 이전하려는 곳 주변에는 육군항공대·군 사격장·예비군훈련장 등이 있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기가 소음을 내며 지나다니고 군인들이 훈련을 받는 등 우리 원주민들도 만성적인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면학 조건으로는 문제가 많은데 굳이 이곳에 캠퍼스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강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이미 남양주시와 경기도시공사 측에서 소음 측정을 하고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캠퍼스를 조성하기에 그리 나쁜 환경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본교 캠퍼스 부지가 좁아서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더 넓은 캠퍼스가 필요했다”며 “송도·파주·남양주 등 다양한 곳을 알아보다 남양주시에서 교육도시를 표방하며 대학 유치 계획을 세웠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곳에 캠퍼스를 조성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팽팽한 대립 속에 서강대와 남양주시 관계자 및 지역 주민들이 만나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토지 개발로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만큼 시와 서강대 측이 주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센터장은 “대학 캠퍼스 유치는 대부분 지역 주민이 반기는 사항임에도 반대가 있는 것은 서로 충분한 대화가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강대와 남양주시가 체결한 MOU에 대한 정보공개나 서강대 부지 설립에 관한 개발계획 등에 대해 주민들한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만큼 시나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서로 입장을 조율해 갈등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개발제한구역 해제 결정 고시가 예정돼 있고 내후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토지 보상에 착수하는 만큼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사업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남양주시 관계자는 “개발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사실인 만큼 이주택지를 조성원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