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위 38개 발전기 ‘굉음’… 총전력 15% 생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알마나커에서 운영 중인 암만아시아 디젤발전소 현장 엔지니어들이 4월 29일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작년 8월 1단계 상업운전 가동
국민 793만명중 110만명 이용
알카트라나는 총전력 11% 차지
“요르단 빠른 경제 발전에 큰 힘”

한국전력의 해외사업은 에너지 신산업으로 관련 분야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진출지역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전은 현재 발전·송배전의 사업 역량을 활용해 해외 16개국의 29개 프로젝트를 운영·건설 중이다. 지난 1995년 해외사업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매출 12조2000억 원, 순이익 1조7000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해외의 성과는 국내 전기요금의 약 3%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전 해외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동의 요르단과 UAE 발전소 현장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4월 29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알마나커의 암만아시아 디젤발전소 현장. 황무지 한복판에 50m 높이의 기둥 38개가 우뚝 솟은 발전소 내부에서는 각각 15.6㎿ 용량의 디젤엔진·발전기 38개가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요르단의 세 번째 민자발전 사업인 암만아시아 디젤발전소는 573㎿급이다. 이 발전소는 지난해 8월부터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요르단 전체 발전량(지난해 기준 3883㎿) 중 14.8%의 전기를 생산한다. 요르단 인구 793만 명 가운데 약 110만 명이 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한다.

특히 이 발전소는 중유나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디젤발전소 중 세계 최대 규모여서 지난해 10월 브라질 ‘수아페’ 2호기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380㎿)을 깨고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디젤발전소는 전력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나 섬나라에 적합하다.

한전은 총 사업비 8억 달러 가운데 75%인 5억8000만 달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자금의 60%를 투자했다. 매출은 발전소 건설 후 25년간 32억 달러(약 3조4179억 원)를 기대하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암만아시아 발전소가 운전을 시작하면서 불안한 전력수급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최근의 불안한 중동 정세로 인해 시리아에서 난민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 요르단에 정착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김필선 한전 암만아시아법인장은 “요르단은 매년 전력수요가 높은 여름철에 한두 차례 부분정전을 겪을 정도로 전력 사정이 빠듯하다”며 “이 발전소 덕분에 전력예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암만아시아 발전소는 원료가격과 운영비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돼 있다. 이 발전소의 주원료는 중유지만 경유·천연가스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요르단 정부는 화력발전소 운영에서 천연가스가 제일 싸고, 중유와 경유가 뒤를 잇는다. 요즘처럼 이집트 정국 불안으로 원활한 천연가스 공급이 힘들어지면 언제든 중유나 경유로 발전할 수 있다.

한전은 이미 요르단에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크와, 오즈를 비롯해 미국, 일본의 쟁쟁한 업체들을 물리치고 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롯데E&C가 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참여 등으로 1억5000만 달러의 국산 기자재 수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운영은 25년간 한전KPS가 담당한다. 국내 기업 해외전력시장 동반 진출의 모범사례로 불리는 이유다.

한전의 첫 중동 사업인 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성공이 암만아시아 발전소 사업에 큰 힘이 됐다. 요르단 전력의 11%를 생산하는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암만 남쪽 100㎞ 지역에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주원료는 천연가스지만 수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경유 비율이 더 높다. 2개의 가스 터빈에서 전기를 만든 후 500도 이상으로 뜨거워진 증기를 1개의 스팀 터빈으로 흘려보내 발전하는 가스복합 방식이다.

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은 한전(지분 80%)과 ‘Xenel(사우디아라비아·20%)’로 이뤄진 ‘KEPCO 컨소시엄’이 PF로 재원을 조달해 발전소를 건설한 후 요르단전력공사(NEPCO)와 전력판매계약(PPA)을 통해 앞으로 25년간 운영하며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건설·운영 후 인도(BOO) 방식의 사업이다. 25년의 사업기간 동안 약 15억 달러(약 1조6021억 원)의 총 매출이 예상된다.

이 발전소는 지난 2010년 5월 착공해 2011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했으며, 설비용량은 377㎿이다. 주 연료인 천연가스와 보조 연료인 경유는 NEPCO 책임으로 공급된다. 국제 원자력 가격에 상관없이 주원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생산과 수익이 보장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암만아시아 디젤발전소와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가 요르단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이바지함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요르단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암만·알카트라나=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