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열었더니 고교생들이 술판 ‘골머리’

신분증 확인않고 판매 악용… 대학측 “출입 막을방법 없어”

서울지역 K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2) 씨는 학교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3일 오후 8시쯤 학내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무리와 시비가 붙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이 고등학생이었던 것. 김 씨는 “갑자기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멱살을 잡았다”며 “자신들이 고등학생이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다짜고짜 욕설해댔다”고 말했다. 이미 인사불성이 된 4명의 고교생들은 계속해서 김 씨에게 시비를 걸었고, 김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도망가버렸다.

같은 날 오후 10시 서울 S대학교 내 주점에서는 남녀 고교생 한 무리가 술값 3만4000원을 내지 않고 도망가려다 대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해당 주점을 운영했던 정모(23) 씨는 “갑자기 한두 명씩 사라지길래 붙잡고 무슨 과냐고 물어봤더니 우물쭈물하더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그제야 이들이 고등학생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축제가 한창인 요즘 대학들이 몰려드는 고등학생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학내에 마련된 대학주점에서 술을 먹고 다른 사람들과 시비를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주점은 전문적인 주류 판매 업소나 일반 음식점과 달리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일부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대학주점을 운영해봤다는 강모(여·24) 씨는 “학생들이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화장을 한 뒤 주점을 방문하면 대부분 어른 같다”며 “축제 당일에는 분주하고 어수선해 신분증을 확인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 측 역시 미성년자들의 학교 출입을 막을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총학생회에서 순찰하며 다소 어려 보이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주점 운영 학생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대책”이라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