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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15일(金)
가르치지 말고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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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mansplain).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가 결합된 단어로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뜻합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거들먹거리고 잘난 체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자. 내가 한수 가르쳐줄게’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단어, 2012년 미국 언어 연구회의 가장 창조적인 단어 후보를 거쳐 2014년 온라인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맨스플레인은 2008, 2009년 여러 곳에서 거의 동시에 쓰이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동시다발적 출발점 중 하나가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입니다. 솔닛은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Men Explain Things to Me)’라는 글을 포스팅해, 폭발적인 반응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글에서 솔닛이 정확하게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맨스플레인’이 무엇을 뜻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제의 ‘남자들은 나를 자꾸 가르치려 든다’를 포함해 솔닛의 산문 9편을 묶은 책이 번역, 출간됐습니다. 표제작 제목인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입니다. 생태, 역사,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있는 글을 써온 솔닛은 책에서 가르치려 드는 남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2008년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그에게 최근 자신이 접한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거드름 피우며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그 책은 바로 솔닛이 쓴 책이었습니다. 듣다 못해 옆에 있던 친구가 “그 중요한 책의 저자가 바로 이 사람”이라고 알려주자 남자는 잠깐 할 말을 잃다 곧바로 장광설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솔닛과 친구는 ‘조신하게’ 들리지 않는 곳까지 뛰어가 웃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맨스플레인은 흔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말하지만, 남녀를 넘어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됩니다. 나이, 계층, 직장 선후배, 다양한 갑을 관계에서 사람들은 상대가 약자라고 파악하는 순간 가르치려 듭니다. 솔닛은 이런 경우 설명을 듣는 사람의 내면에서도 자신이 잉여라는 생각과 함께 침묵하라고 종용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합니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또 솔닛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발언할 권리야말로 생존과 존엄과 자유에 기본이 되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모든 것은 말하지 않고 듣는 것에서 시작되는 듯합니다. 일단 말을 삼키고, 상대의 말에 상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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