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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15일(金)
마르크스와 아내 그리고… 혁명 이전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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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본 / 메리 게이브리얼 지음, 천태화 옮김 / 모요사

국내에서 스테디셀러였던 ‘사랑의 기술’,‘자유로부터의 도피’ 등의 저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은 말랑말랑한 에세이스트 정도로 아는 독자가 많고 실제 책도 그런 식으로 팔렸다. 하지만 프롬은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결합해 현대를 분석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핵심 멤버였다. 그는 1961년 ‘마르크스의 인간 개념’(‘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로 2007년 국내 출간)이란 책을 냈다. 프롬은 당시까지도 마르크스가 인간과 소외, 해방 등에 관해 철학적 개념을 정리한 ‘경제학·철학 수고’(1844년 첫 출간)가 영어로 번역되지 않아 영어권 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믿기지 않는 언급을 한다. 사후 80년이 되도록 ‘무지’ 속에서 질타와 숭배의 극단만 존재했던 마르크스에 대한 왜곡을 프롬은 바로잡고자 했다.

문자화돼 있는 이론이 이럴진 데, 인간 마르크스에 대한 곡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반동으로, 동유럽권 붕괴 이후 서구에서 마르크스의 민얼굴을 다룬 연구들은 적지 않게 나왔다. 로이터통신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출신이자 작가인 메리 게이브리얼이 지은 ‘사랑과 자본’은 기존 연구서들과는 또 다른 안목을 준다. ‘카를과 예니 마르크스, 그리고 혁명의 탄생’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마르크스와 그의 아내 예니, 그리고 성년기까지 살아남은 세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르크스와 예니는 자식 7남매 중 넷을 빈곤과 질병으로 잃었고, 성인까지 살아남은 세 딸 중 둘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계기도 두 딸의 자살 기사를 접한 것이었다. 이들 ‘마르크스의 여인들’의 생을 복원하고자, 저자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르크스의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간에, 각자의 지인 간에 주고받은 수천 페이지의 편지를 모으는 일부터 했다. 그 대부분은 모스크바의 기록보관실에 있었고 영어로 출간된 적이 없었다. 수많은 편지를 연대순으로 묶어 읽어내려가자, ‘마침내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무잡잡한 외모로 나중에 무어인(Moors)이란 별명이 붙는 보잘것없는 마르크스와 프로이센 남작의 딸로 미모에 대한 찬사를 한몸에 받던 예니의 만남은 그 자체가 운명과도 같다. 마르크스는 평생을 ‘경제의 우위성’을 강조하는데 보냈지만, 정작 자신의 경제사정과 관련해선 만성적으로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예니는 빚쟁이들에게 돈을 갚기 위해 전당포를 전전하며 인생을 보낸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남편의 능력과 의지를 믿고 끝까지 지지해준다. 딸들 역시 평생의 가난을 모면할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고, 함께할 혁명가와 결혼하며 마르크스와 예니의 삶을 따른다. ‘자본론’은 이들 가족의 지원과 희생이 없이는 나올 수 없었음을 저자는 자세한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2011년에 나온 이 책은 ‘전미도서상’ 최종작으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퓰리처상 전기 부문 최종작으로 지명됐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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