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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15일(金)
“밀림 속 긴팔원숭이 전략 갖고 먹이 찾아요”
‘비숲’ 출간 김산하 박사… 印尼 자바섬서 2년간 관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에 2년간 머물며 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김산하(39·사진) 박사. 그는 남들이 유학길에 오를 때 밀림 행을 택했다. 2007년 5월 그는 아무런 기반 시설이 없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구눙할리문살락 국립공원 깊숙이 들어갔다.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쏟아지지만 그 비가 생명을 살리는 ‘비숲’에서 그는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긴팔원숭이와 사투를 벌였다. 들러붙는 파리떼, 언제 할퀼지 모르는 가시 식물들, 소중한 관찰 노트를 공격하는 흰개미 떼와 전쟁을 치르고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그의 숲 속 생활은 시간이 갈수록 곁을 내주는 긴팔원숭이,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숲, 현지인들과의 우정으로 말할 수 없이 풍성해졌다고 한다. 2012년 ‘자바 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으로 한국 최초로 야생영장류학자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가 이 2년을 ‘비숲’(사이언스북스)에 풀어냈다. 그를 지난 12일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인도네시아 긴팔원숭이 연구는 어떻게 시작됐나.

“군 복무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로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복학 후 지도교수인 최재천 교수가 영장류 연구가 동물행동학의 꽃이라며 교토(京都)대 부설 영장류 연구소와 연결해주셨다. 그곳에서 영장류의 매력에 빠졌다. 그런데 연구실이 아니라 야생 상태에서 직접 관찰하고 싶었다. 인도네시아를 가면 되겠다고 생각해 무작정 현지 대학과 접촉했다. 운 좋게 기회를 얻어 두 차례 사전 답사를 거쳐 2007년 떠났다. 긴팔원숭이는 인도네시아 고유종이었기에 자연스레 연구대상이 됐다. 침팬지는 사람과 너무 비슷한 데 비해 긴팔원숭이는 숲과 더 어울리는 동물이다. 그게 좋았다.”


―생활은 어땠나.

“해발 1000m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민가를 구해 혼자 살았다. 주변에 10여 가구가 있었고, 현지인 3명과 팀을 이뤄 일했다. 매일 5시 30분쯤 일어나 도시락 싸서 숲으로 들어가 긴팔원숭이를 찾아다녔다. 일단 찾으면 종일 쫓아다니며 관찰했다. 기다림이 지겹기도 했지만 도시의 지겨움과는 달랐다. 기다리는 동안 희한한 동물들도 만나고 숲 속엔 생명이 있다. 해 질 무렵 땀과 진흙, 때론 피로 범벅이 되어 돌아올 때 참 뿌듯했다.”

―긴팔원숭이와 친해졌나. 연구 성과는.

“영장류는 호기심이 많은 반면, 호기심이 충족되면 금방 지루해한다. 끝까지 따라다니면 언젠가는 꺾일 거라 생각했다. 세 무리를 쫓아다녔는데, 외향적인 녀석들은 2, 3개월. 까다로운 녀석들과는 8, 9개월 지나 친해졌다. 긴팔원숭이는 전세계적으로 기초 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내 연구 주제는 녀석들이 전략을 갖고 먹이를 찾는다는 것인데, 완전히 증명하진 못했지만 상당한 자료를 얻었다.”

―가장 큰 즐거움과 괴로움은.

“동경하던 세상에 파묻힌 경험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인간이 사는 곳과 자연의 세계, 그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았다. 괴로움이라면 외로움이었다. 전기, 우편 모두 어려운 곳이었고 위성 송수신기를 갖고 갔지만 1메가당 7000원이어서 필요한 메일을 받고 보내는 정도만 했다. 연락을 못하고 못 받는 상태. 내가 진짜 멀리 있구나라는 느낌. 하지만 갈수록 오감이 열리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돌아와 숲 후유증은 없나.

“답답하다. 공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소음이 괴로워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자연파괴도 괴롭고. 생태적 개념이 없는 도심 공원도 괴롭다. 공원엔 비비추, 회양목처럼 생명이 먹을 수 없는 식물들만 심는다. 당연히 벌레가 없고, 새가 없다. 궁핍한 생태계다.”

자연에 가까워지려 결혼 후 강릉에 정착한 그는 그 뒤에도 인도, 페루 아마존, 멕시코의 숲에 갔다. 현재 제인 구달 연구소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 및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연구보다는 자연 보존에 더 관심이 많다며 이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사진=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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