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화산·지진 위기 고조되는 일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후지산 인근의 또 다른 화산 지대인 하코네산의 오와키다니 지역에서 지난 7일 화산성 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얀 수증기가 지면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교도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일본 기상청이 하코네산에 대한 분화경계 레벨을 2단계로 격상하고 출입을 통제하자 관광객이 안내판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코네 화산 주변 8㎝ 융기·동북부 또 강진
동시다발적 ‘前兆현상’에 열도가 떨고 있다

일본 열도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지진이 적게는 10만여 건에서 많게는 수십만 건이 발생한다. 어지간한 지진에 대해서는 일본인들도 내성이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일본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잇따른 화산성 지진은 이런 일본인들조차 긴장에 몰아넣을 만큼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화산성 지진은 단층 지진과 달리 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주로 환태평양지진대 등 바다에서 발생해 해일을 동반하는 단층 지진과는 또 다른 종류의 피해를 일으킨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던 ‘동일본 대지진’에 뒤따른 대규모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일본에서의 화산·지진 발생 위기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치 않은 하코네 화산=15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중부, 남부, 북부 지역에 걸쳐 화산성 지진 위험에 따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되고 있는 화산은 도쿄(東京)에서 비교적 가까운 약 80㎞ 거리에 위치한 하코네(箱根)산이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6일 하코네산에 대한 분화경계 레벨을 평시의 1단계에서 2단계(화구 주변 통제)로 격상했다. 하코네산에 대해 분화경계 레벨 적용이 시작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첫 레벨 격상이었다.

이어 상황을 주시하던 기상청은 13일 화산성 지진이 계속되고 분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하코네산 화구 주변인 오와키다니(大涌谷) 마을에 관측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증기 등 분출 상황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앞서 기상청의 분화경계 레벨 격상에 따라 하코네산 주변을 지나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일부 도로는 통행이 금지됐으며 하코네산의 유명 관광시설인 로프웨이(케이블카)도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기상청이 헬기를 이용해 화구 주변을 확인한 결과, 수증기가 활발하게 뿜어져 나오는 상황이 관측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국토지리원은 3월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와키다니 인근 지대가 관측 기간 사이 최대 8㎝ 융기했다고 발표했다. 지하 얕은 곳에서부터 지반을 밀어 올리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나카다 세쓰야(中田節也)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에서부터 열 공급이 증가해 수증기의 양이 늘어났을 수 있다”며 “산사태 등으로 증기의 출구가 막히면 내부 압력이 높아져 분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코네산에서는 2001년에도 최근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분출하는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군발지진(동시다발적 지진)이 그해 6월에서 10월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다케나카 준(竹中潤) 온천지학연구소 연구과장은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화산성 지진이 일어나는 추이와 산이 기울어지는 정도를 고려했을 때 2001년과 같은 정도이거나 당시 상황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하코네산은 약 40만 년 전에 화산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3000년 전에는 화산 분출물이 빠르게 흘러내리는 대분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2∼13세기에는 오와키다니 지역에서 수증기가 폭발해 화산 가스 등 열풍(熱風)이 불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때때로 분화가 있었던 홋카이도(北海道) 등과 달리 하코네산의 분화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해 분화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대폭발 전조 우려=화산 분화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의 사쿠라지마(櫻島) 화산도 역대 최고 속도의 분화 추이를 보이며 대폭발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고시마 지방기상대에 따르면 사쿠라지마 쇼와(昭和) 화구는 지난 7일 정오까지 올해 들어 총 502회의 분화를 일으켰다. 지난 1월 1일부터 127일 동안 500회 이상의 분화를 일으킨 것은 1995년 분화 통계 측정 시작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이전에는 윤년이었던 2012년 5월 7일 128일 만에 500회 분화를 일으켰던 것이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가고시마 지방기상대는 이에 따라 사쿠라지마의 분화경계 레벨을 화구 주변에 대한 입산 통제를 동반하는 3단계로 격상했다.

사쿠라지마는 지난 2013년 8월에 폭발했을 때 화산재 연기가 5㎞ 상공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화산재가 가고시마 시내를 뒤덮어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의 대폭발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사쿠라지마가 또다시 대폭발을 일으킬 경우, 가고시마 일대는 물론 도쿄와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화산재 피해를 볼 수 있어 사쿠라지마 분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남아 있는 센다이(仙臺)와 후쿠시마(福島) 지역에서도 최근 화산성 지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야마가타(山形), 후쿠시마 등에 걸쳐 있는 아즈마(吾妻)산에서 화산성 지진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분화 가능성으로 인해 분화경계 레벨이 2단계로 올라간 아즈마산에서는 지난 3일부터 미동이 감지되기 시작해 6일에만 110회의 화산성 지진이 발생했다. 아즈마산은 지난 2월 14일 이후 한동안 화산성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급증한 셈이다. 특히 폭증한 지진 횟수도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화경계 레벨 격상 이후 올 1월까지는 1일당 화산성 지진 횟수는 최대 50회 정도였지만, 최근에 발생한 화산성 지진 횟수는 그 2배에 달한다.

◇동북부 또다시 강진 발생=이런 가운데 일본 동북부에서는 지난 13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보이는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한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200㎞ 이상 떨어진 도쿄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으며 고속철도인 신칸센(新幹線)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에 대해 “4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보인다”며 “1주일 안에 최대 규모 5에 가까운 진동을 동반한 여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부과학성도 도쿄 등 수도권에서 향후 30년 내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라고 발표한 바 있어 일본에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과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산과 지진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은 그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철저하게 세우고 있다. 분출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하코네산에 대해서는 가나가와현 등이 이미 지난 3월 대응 매뉴얼을 완성했다. 이 매뉴얼은 실제 하코네산이 분화할 경우 오와키다니 전체가 화구가 될 것이란 전제하에 기상청이 분화경계를 발표하면 사고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인근의 로프웨이 역이나 관광시설로 관광객들을 유도, 버스를 통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다는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56명의 사망자를 낸 온타케(御嶽)산 분화로 인해 화산과 지진에 대한 일본의 대응책 마련도 더욱 신속해진 것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