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인2역’에 빠지다

‘가면’ ‘학교2015’ ‘밤을 걷는…’
여주인공들 도플갱어 등 연기
“연기력 검증 받을 기회” 각광

‘1인2역’이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흥행 키워드가 됐다.

배우 수애가 주연을 맡아 27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수목극 ‘가면’(극본 최호철)을 비롯해 KBS 2TV ‘후아유-학교 2015’(극본 김민정), MBC ‘밤을 걷는 선비’(극본 장현주) 등이 여주인공에게 1인2역을 맡기며 남성 캐릭터 일변도로 흐르던 드라마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면’의 소재는 도플갱어.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둘 중 한 명은 죽게 된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아버지가 남긴 사채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 그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재벌가 여성의 운명의 실타래를 그린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수애가 두 역을 동시에 소화한다.

수애는 “1인 2역, 도플갱어라는 소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특히 ‘살면서 무언가 잃고 있지 않은가’ 라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송 중인 ‘후아유-학교 2015’에서는 김소현이 1인2역을 맡아 물오른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극 중 왕따 당하는 소녀 이은비와 좋은 집안에서 자라 소위 ‘퀸카’라 불리는 고은별을 함께 연기한다. 180도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김소현의 캐릭터 소화력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오는 7월 방송되는 ‘밤을 걷는 선비’에서도 1인2역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우 김소은은 뱀파이어를 소재로 다룬 이 드라마에서 뱀파이어가 된 연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주인공 김성열(이준기)의 정혼자와 도도한 양반집 규수 최혜령 역을 맡았다. 각각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두 캐릭터를 통해 상반된 매력을 발산한다.

배우들에게 1인2역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쪽대본이 난무하는 척박한 제작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질감을 가진 캐릭터를 차별화해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두 캐릭터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를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시청자들에게 혼동만 주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1인2역은 주로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의 몫이다.

김소은의 소속사 판타지오 김민옥 홍보실장은 “배우 입장에서 1인2역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탄탄한 연기력을 뽐낼 기회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보다 2배 이상 공을 들이는 만큼 배우뿐만 아니라 작품의 퀄리티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