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市 외국인 관광정책 ‘엇박자’

세수증대 목표 달성도 불투명
日·中 비해 경쟁력 하락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이화동마을박물관 앞에서 관광안내원 복장을 한 채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관광지 소개를 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엔저 태풍’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이탈이 우려되면서 서울시가 관광 세일즈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여행자 체류세(city tax)’ 도입을 통해 세원 확대를 시도하면서 관광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박요금의 최소 2%를 체류세로 거둬들여 세수를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일 서울시와 호텔·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228만434명으로, 전년(273만7750명)보다 17%가량 급감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워커힐호텔과 신세계조선호텔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4.2%, 55.4%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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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서도 일본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며 “아직 국내 관광업계에 효자 노릇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모텔 등 저렴한 숙박업소를 이용해 객실 떨이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저를 타고 지난해 준중형 승용차 92만 대 수출분과 맞먹는 14조 원을 쓰고 간 중국인 관광객마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향을 보여 업계의 수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관광안내원 복장으로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며 대규모 외국인 방문객(14개국 70명)을 대상으로 서울 관광지 안내투어를 진행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420만 명 가운데 1150만 명이 서울을 방문한 것을 고려해 기존 단체에서 개인관광객 방문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57%가 첫 방문자인 만큼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는 시의회와 함께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요금의 최소 2%를 체류세로 거둬들여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관광업계에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면서 되레 내쫓는 정책을 추진하는 모순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관광선진국에선 1∼10%가량 체류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김현아(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은 “서울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숙박요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세율 5%)를 적용해 체류세를 거둘 경우 연간 874억∼988억 원가량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