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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22일(金)
가죽 잃어 엄마가 된 바다표범… 유럽판 ‘선녀와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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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우리에게 ‘선녀와 나뭇꾼’이 있다면 유럽에는 ‘셀키(Selki)’ 전설이 있다. 바다를 떠나 육지에 올라오면 가죽을 벗어두고 사람으로 변신하는 신비스러운 바다표범이 바로 셀키다. 뭍에 올라온 여자 셀키는 벗어둔 가죽을 잃어버리면 그 가죽을 가져간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엄마가 된 선녀는 양팔에 아이 둘을 껴안고 날개옷을 되찾아 하늘로 돌아갔다. 만약 엄마 셀키가 잃었던 가죽을 되찾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한 소년과 그 가족의 비밀을 다룬 환상적인 그림책이다. 소년의 아빠는 고기를 잡으러 먼바다로 떠나기 때문에 엄마와 소년은 종종 단둘이 있다. 어디서 배운 적 없이도 헤엄을 잘 치는 씩씩한 소년은 저녁이면 주워온 조개껍데기를 식탁에 꺼내놓고, 엄마는 그걸 보며 인어 아가씨, 바닷가재 소녀, 눈이 아홉 달린 장어, 오징어 왕자와 이 모든 것을 등에 싣고 다니는 거대한 고래까지 온갖 신비로운 바다 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 된다는 약속이 있기 때문에 엄마는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다 밑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 소년은 어느 셀키가 벗어 놓은 가죽을 발견한다. 그는 가죽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엄마에게 이 가죽의 존재를 알리고, 그 말 한마디가 가슴 아픈 반전의 실마리가 되어 버린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과 함께 이 환상적인 서사는 한 아이의 단단한 성장 서사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는 여러분은 소년이 왜 그렇게 타고난 수영 선수였는지, 이따금 소년의 집 앞 바위 위에 갓 잡은 고등어 두 마리를 갖다 놓는 이가 누구일지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하이델바흐는 본 적 없는 것의 이미지를 놀랍도록 선명하게 그려내는 화가이다. 그림 메르헨의 탁월한 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번 그림책에서 바다 밑 세계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그려냈다. 한국어판에만 특별하게 들어있다는 8쪽 분량의 연결된 병풍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엄마가 들려주었던 사랑의 전설을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도 바다표범이 되어 푸른 바다로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마법 같은 그림책이다.

김지은<청소년·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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