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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22일(金)
“자유민주주의보다 영속성 있는 정치시스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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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大 교수

▲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경희궁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생각에 잠긴 채 신록을 즐기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역사의 종말’이란 단 한 편의 논문으로 30대 때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제 60대로 접어들었다.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역사적 대결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선언한 서른일곱 패기만만한 신진 정치학자의 시선은 그간 정치학에서 정치경제학, 역사 분야로 넓어졌고 깊어졌다. 최근 연속출간된 ‘정치질서의 기원 (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2011)’ ‘정치질서와 정치쇠퇴(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2014)’에는 ‘역사의 종말’ 이후 그가 발전시켜온 학문적 성찰이 담겨 있다. 자신의 대표작은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정치질서’ 2부작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에선 초심을 견지하며 평생 민주주의에 천착해온 학자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지난 4일 방한해 한국고등교육재단(사무총장 박인국)에서 ‘민주주의는 쇠퇴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한 데 이어 6일 통일연구원(원장 최진욱) 샤이오 포럼 기조연설, 7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라운드테이블 대화를 끝으로 7일 이한했는데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는 모든 공식일정이 끝난 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됐다. 그는 이번 방한이 ‘전미민주주의 기금(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이사 자격으로 온 것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세계운동(WMD·World Movement for Democracy)’ 제8차 글로벌 총회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계 미국인 3세로서 지난 4월 말 방미 기간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보인 역사인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등 세계 역사학자 187명은 6일 아베 총리의 과거사 왜곡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아베 총리의 수정주의 역사관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국인도 아베식 역사접근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2차 대전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과거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베 총리의 수정주의적 역사관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너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닌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아베 총리를 다루는 데 있어 딜레마를 느낄 것으로 본다. 미국인들은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자행했던 일을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아베 총리의 방미 기간 중 그의 역사접근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아시아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논란은 최근에 일어난 대표적인 외교적 재난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에는 아시아 정책을 다루는 거물급 인사(big senior person)가 없어 문제다. 그래서 AIIB 가입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AIIB에 가입하지 않고 중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초대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다. 아마도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은 미국이 AIIB 창립회원국이 되려면 출자금을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의회가 워낙 중국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대응을 했어야 했다.”

―한동안 미국 쇠퇴론이 유행했으나 요즘 미국경제가 좋아지면서 그런 주장이 힘을 잃는 추세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은 ‘미국의 복귀’를 주제로 플레넘을 열었을 정도다.

“나는 미국이 쇠퇴기에 들어갔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경제의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사는 실리콘 밸리는 물론이고 에너지 부문이 혁명적 변화기를 맞고 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개발되며 미국은 필요량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고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경제적 불평등 심화, 인종갈등 등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부에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워싱턴의 의회와 백악관도 늘 정쟁 속에서 갈등과 대립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수준으로 시각을 넓혀서 볼 때 미국의 민주주의는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슈퍼 파워 지위는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최소 향후 50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워싱턴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뒤 2011년 ‘정치질서의 기원’(웅진지식하우스, 2015 간행)’을 펴냈고 이어 2014년 ‘정치질서와 정치쇠퇴’(미번역)를 출간했는데 정치 질서 2부작을 쓰게 된 배경은?

“하버드대 시절 내 스승인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쓴 명저 중 ‘정치발전론-변혁사회에 있어서 정치질서’(1968)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정치발전론을 광범위하게 조명하는 연구서로 정치쇠퇴라든가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 비교정치학의 핵심 아이디어들이 많이 담긴 명저다. 헌팅턴 교수가 세상을 뜨기 전 내게 그 책의 보급판 서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서문을 쓰다 보니 ‘정치 발전론’은 탁월한 책이지만 대대적인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대 아시아의 부상이나 1990년대 소련 및 동유럽권의 붕괴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팅턴 교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치 발전과 쇠퇴 등을 근본적으로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연구를 한 것이다.”

셰리 버먼 컬럼비아대 버나드 칼리지 교수는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정치질서와 정치 쇠퇴’ 서평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말’ 이후 25년 만에 펴낸 이 책에서도 자유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한 유일한 정치체제라는 신념을 보여줬다”고 평한 바 있다. 버먼 교수는 이어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내부의 부패를 방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혁신을 게을리한다면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인해 쇠락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게 후쿠야마의 결론”이라고 정리했다.

―아랍의 봄이 실패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큰 도전을 받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1989년 베를린 장벽붕괴로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물론 내 동료인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200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퇴조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지역의 많은 국가가 정정불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아랍의 봄 이전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요즘보다 더 억압적인 체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긴 역사의 눈에서 보면 민주주의체제가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었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프랑스 혁명 이후 150여 년간 정정혼란을 겪으며 정치제도가 정착됐다. 아랍의 봄 이후 민주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럼 정치질서 2부작의 결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지속성’에 대한 재확인이라고 봐도 될까?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영속성 있는 정치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비록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미래에 많은 먹구름이 끼었고 더러 위기를 맞는다 해도 그것은 내부적 문제 때문이지 외부의 도전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후쿠야마 교수는 정치질서 2부작에서 자유민주주의 모델로 덴마크를 꼽으면서 ‘어떻게 하면 덴마크처럼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잘 작동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가운데 국가도 잘 통치되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인데 그런 국가가 되려면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정치를 해야 하고 국가제도가 강력한 효율성을 지녀야 하며 법치주의가 예외 없이 관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덴마크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잘 작동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본조건은 무엇인가?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패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최악의 적이다. 여기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민들이 다양한 커뮤니티조직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7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특별한 나라”라면서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세계운동’ 제8차 글로벌총회 때 한국의 민주화 경험과 지혜가 전 세계에 소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하종 기자 maloo@

―그런 잣대로 요즘의 중국을 평가한다면.

“중국은 국가시스템이 고대부터 지속돼온 나라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법치주의가 관철되지 않고 책임정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산당 지배하에 언론자유가 없는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아니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최강의 지도자로 보이는데 그가 펼치는 반부패 캠페인이 과연 중국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청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이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은 기본적으로 반대파 청산을 위한 정치적 동기가 강한 것 같다. 따라서 전 국가적 부패를 일소해 투명한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후쿠야마 교수는 한국고등교육재단 특강 때 “인도의 형편없는 국가 인프라,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정부와 비교할 때 중국은 강력한 국가시스템을 갖고 있고 국가가 제공하는 인프라도 탄탄하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중국은 권위주의 국가 가운데 관리가 제일 잘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여타 권위주의 국가들처럼 장기집권을 하지 않고 10년 단위로 교체된다고 해서 중국을 법치주의 국가로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중국은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가 이뤄지는 나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공산당 집권 후 중국의 지도체제는 국가주석제로 바뀌었지만 현대의 주석들은 과거의 황제들과 다를 바 없고, 국가체제는 카리스마를 지닌 황제들이 선정을 베푸느냐 악정을 베푸느냐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주도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자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이 미국식 자유주의 모델의 대안으로까지 여겨지는 상황인데.

“그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은 언론자유가 없고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민주적인 선거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그런 체제는 위기 대응에 있어 취약성이 크다. 또한 부패를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다. 중국에서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정치적 변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 스승인 헌팅턴 교수는 생전에 ‘중산층은 정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며 이러한 기대치가 충족되지 못하면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프랑스 대혁명뿐 아니라 아랍의 봄, 최근 홍콩의 우산혁명에서는 정치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중산층이 변혁에 큰 역할을 했다. 요즘 들어 중국의 중산층의 규모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중산층이 현재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에는 다를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네오콘(신보수주의) 인사로 분류됐었는데.

“신보수주의 운동은 기본적으로 지식인운동이다. 나는 한 번도 스스로를 네오콘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2003년 이라크전은 부시 행정부에 참여한 네오콘들이 말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중에 그들이 갖다 붙인 것이다. 내가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라고 한 것은 대량파괴무기(WMD)문제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도 무력을 통한 정권교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후쿠야마 교수가 신보수주의운동을 지식인운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그가 이 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보수주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Project for New American Century)’가 1997년 출범할 때부터 참여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그는 네오콘 인사 빌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발행인 등 40명과 함께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서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살해하고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네오콘의 핵심멤버인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부 장관과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부 부장관 등이 이라크전을 강행하고 전쟁 이후 미군의 과도한 개입 속에서 이라크 정정 혼란이 지속되자 그는 네오콘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2008년 미국대선 때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지지선언을 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 라운드테이블에서 “부시 행정부 때 네오콘인사들이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접근해서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9·11테러 이래 테러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집중해 과도하게 대응했고 불필요하게 이라크 전쟁을 했다는 얘기도 했다. 테러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 네오콘인사들의 과잉인식은 이후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의 도식적인 사고로 그대로 남게 되어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국가(IS)의 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응 문제 등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나 피벗 투 아시아 정책도 사실상 잊힌 상태로 있는 것은 테러문제에 대한 과잉집착 때문이라는 게 그의 비판이었다.

―아산 라운드테이블 대화 때 오바마 행정부가 IS의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했는데 이라크전쟁 이후 이라크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이라크에 수백억 달러를 퍼부으면서 민주주의 체제수립을 지원하고 군대도 지원했다. 그런데 이라크에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퍼부어서 이라크의 자생력을 죽였고 그 결과 정부와 군, 사회 전반에 부패가 만연되면서 IS에 속수무책이 된 것이다. 이라크가 스스로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밖에서 이식하기 힘든 것이다.”

―미국민주주의기금 이사 자격으로 방한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NED 주도로 오는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WMD 제8차 글로벌총회를 알리기 위해서다. 세계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여전히 억압받고 있고 특히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도 없는 상태다. 한국은 민주화 성공스토리를 갖고 있는 나라인 만큼 오는 서울 총회를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

―WMD글로벌 총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의 민주주의 활동가 400∼500명이 서울에 모여 민주주의 확대방안을 논의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도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데 한국은 민주화를 이뤄낸 모범국가로서 그 경험을 전 세계에 전해주고 지원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한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니 무슨 말인가?

“전 세계 민주주의의 확산 과정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왔다. 한국의 군 출신 권위주의 지도자가 1987년 민주화 선언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선거가 실시됐다. 이후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의 친구들은 1980년대 만들어낸 그 민주화 성공경험을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전 세계 친구들에게 전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군사권위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했는지,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각국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에게 전해줬으면 한다.”

WMD글로벌총회는 1999년 인도에서 첫 대회를 가진 이후 2002년 브라질,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06년 터키, 2008년 우크라이나, 2010년 인도네시아, 2012년 페루에서 개최됐으며 한국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것이다.

―NED에는 언제부터 관여해 왔는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민주주의기금은 미국의 납세자들이 내는 돈을 기금으로 해서 전 세계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되어 관여해 왔다.”

―전업적인 학자로서,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 외에 민주주의 촉진을 위한 기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사로 일했다니 놀랍다.

“내 스승 새뮤얼 헌팅턴 교수도 하버드대에서 평생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남미와 아시아 각국의 민주주의를 촉진시키기 위한 작업을 많이 했다. 나 또한 연구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게 기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NED가 전 세계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일하는 기금이라고 했는데 대표적인 성공적 사례를 소개한다면.

“NED가 민주주의를 직접 가져다줄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이식되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정치참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그런 상태를 시정하게 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NED는 1983년 미 의회에서 민주주의 지원법이 만들어지면서 창립됐고 매년 미의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다. 말하자면 미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이다. 우리는 처음에 폴란드의 연대노조를 지원했다. 그때 폴란드는 공산주의 국가였는데 1989년 폴란드 라운드테이블에서 연대노조가 친민주주의 세력의 대표단체로 부상했다. 억압적인 정치체제에서 NED는 민주적인 의사 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NED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지원하는 단체로 국내에 알려졌는데.

“NED가 북한에 새로운 정보를 불어넣기 위해 지원을 하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 체제에서 자유롭게 정보가 소통되어 주민들이 세상의 변화를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자로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 외에 NED와 같은 사회운동기구에서 오랫동안 이사로 활동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내 멘토인 헌팅턴 교수처럼 나도 처음부터 실용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현실과 소통하는 학문의 길을 걸은 것이다. 내가 첫 직장으로 랜드연구소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치질서 2부작 이후 저술계획은?

“정치질서 2부작을 쓰면서 국제기구,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책에서는 이것을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이것이 내 차기 저작 주제가 될 것으로 본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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