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퍼스트 클래스’만 타는 김효주의 불편함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슈퍼 루키’ 김효주는 한국과 미국을 오갈 때마다 늘 아시아나 항공기를 탑니다. 좌석은 항상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슈퍼스타급 선수라 해도 이제 만 20살 나이를 감안하면 “너무 돈을 펑펑 쓰는 것 아닌가”라는 시샘을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김효주는 ‘공짜’로 다닙니다. 후원 선수가 이동할 때 최상의 휴식을 제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항공사 측의 배려랍니다.

김효주는 아시아나항공과 ‘서브 스폰서’ 계약을 했고, 경기 때 쓰는 모자챙 오른편과 티셔츠 왼쪽 칼라에 아시아나 로고를 넣는 조건으로 연간 2억 원 상당의 무료 항공권을 제공 받습니다. 1년에 퍼스트와 비즈니스클래스 각각 10장씩을 받습니다. 항공사 측은 1회당 가족이나 캐디, 매니저 등 ‘팀 김효주’ 4명에게 티켓을 5차례 제공합니다. 미주 노선의 경우 퍼스트클래스 요금은 성수기에 1500만 원, 비수기도 1000만 원이 넘습니다. 비즈니스석 역시 성수기는 700만 원부터 500만 원 수준입니다. 웬만한 대졸자 연봉 4∼5년치가 ‘팀 김효주’의 5차례 항공료로 날아가는 셈이죠. 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최경주, ‘피겨여왕’ 김연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초특급 대우’입니다.

그런데 김효주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시아나 측은 오는 7월 첫째 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에서 개최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여자오픈 출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밥값 좀 하라’는 얘기죠. 문제는 곧바로 LPGA투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이 예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 출전하면 US오픈을 위해 허둥지둥 미국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김효주는 앞서 지난 4월 초 메인 스폰서가 주최한 대회(롯데마트여자오픈)에 참가했다가 피로 누적으로 경기 중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투어 선수들은 대개 3∼4주 출전과 1∼2주 휴식을 통해 체력과 컨디션을 조절하지만 스폰서를 많이 거느린 김효주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김효주는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등 2월부터 5월 초까지 무려 9주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속 출전했습니다. JTBC 파운더스컵에서 일찌감치 첫 승을 거두고도 추가로 우승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데뷔 첫해 LPGA투어 최고의 선수를 꿈꾸는 김효주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후원의 대가라는 그늘이 드리워졌기에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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