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만에 100㎞… 방호벽 충돌 직전 드리프팅 ‘손에 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서 열린 ‘2015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BMF)’ 행사 중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마스터대회’에 출전한 차량이 드리프팅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방호벽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확’
타이어 마찰로 연기 ‘숨이 턱턱’
뒤범퍼 깨지는 등 파손 차량 속출

서울서 1시간내 위치 접근성 좋아
일반 도로를 서킷으로 바꿔 ‘눈길’
관람객들 ‘화려한 레이싱’에 열광

가속을 붙인 거리가 300m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계기판 속도는 어느새 시속 150㎞를 훌쩍 넘어 있었다. 시야에는 육중한 방호벽과 빨간 관중석이 차례로 들어섰고 그 뒤로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 숲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방호벽을 50m 앞두고 이대로 충돌하나 싶을 때 차량은 급격히 방향을 바꿔 드리프팅 기술(앞바퀴를 축으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차체를 회전시키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타이어 마찰로 남은 노면의 스키드마크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피어오른 매캐한 연기가 드리프팅의 격렬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4일 오전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역에 마련된 ‘2015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BMF)에서는 직접 서킷을 체험하는 ‘택시타임’이 진행됐다. 기자는 50여 명의 관람객 틈에서 4년 경력의 드리프팅 전문 레이서 김성환(GP 드리프트) 씨의 제네시스 쿠페 차량에 동승해 2.5㎞ 서킷을 두 바퀴 돌았다.

김 씨는 “송도 서킷은 국내 일반 서킷보다 높은 난도를 지니고 있다”며 “그 특징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일반 차량보다 더 긴 기어봉을 조작해 3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 뒤 핸드브레이크로 속도를 급격히 줄여 코너를 빠져나오는 드리프팅은 김 씨 같은 프로가 ‘밥 먹듯 구사하는’ 기술. 그러나 일반 도로를 활용해 만든 송도 등 도심 서킷에서는 경로를 이탈하면 바로 방호벽을 마주하게 돼 평범한 드리프팅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서킷보다 좁은 폭 20∼30m의 코너를 드리프팅으로 돌다가 약간의 오차만 생겨도 뒤범퍼가 방호벽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 시험 주행격인 ‘택시타임’에서도 뒤범퍼와 후미등에 타격을 입은 차량이 속속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23∼24일 공동 주최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등 국내 유일 도심 서킷을 활용한 레이싱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모터 스포츠 ‘불모지’인 우리 현실에서 도심 서킷을 활용한 ‘거리 좁히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도심 서킷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접근성이 발휘돼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강원 인제와 전남 영암에 있는 국내 주요 서킷과 달리 서울에서 1시간 내 거리에 위치한 송도 서킷에서 개최된 이 대회 관람객은 지난해 13만 명에 이어 올해 10만 명으로 추산됐다. 2013년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관중 수가 15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대회로서는 적지 않은 수치다.

도심 서킷에 대한 호기심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 일조했다. 관람객들은 특히 일반 도로가 서킷으로 변신했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도 서킷에는 신호등과 횡단보도, 제한속도 시속 30㎞를 알리는 표지판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레이서들 역시 익숙지 않은 도심 서킷에서 색다른 경주를 즐겼다. 이 대회 아반떼 챌린지레이스에서 우승한 레이서 원상연(부스터스토머) 씨는 “일반 도로에 서 있는 느낌 때문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도심 서킷은 레이서들의 실력이 민낯처럼 드러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킷과 불과 15m 떨어진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최준우(44) 씨는 “모터 스포츠 입문자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레이싱의 묘미를 느끼기엔 도심 서킷만한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도심 서킷 건설 비용만 50억 원 등 모두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2년간 송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판매와 직결되는 투자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자와 소통은 물론 고성능차 개발의 효과를 모터 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폭스바겐 ‘R’과 어깨를 나란히 할 고성능차 브랜드 ‘N’을 개발 중인 현대차는 ‘종합 실전 테스트장’인 자사의 모터 스포츠 대회의 활성화를 통해 기술 개발에 진전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이 같은 행사를 통해 국내의 ‘반(反)현대차’ 정서를 해소하고 차량 성능 개발도 연계하는 것이 국내 완성차 1위 업체가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