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정부의 ‘공공기관 구조改革’ 시늉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추진해온 공공기관 구조개혁(改革)이 시늉에 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7일 제8차 회의에서 의결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 방안’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 식품안전관리인증원,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체육인재육성재단,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각각 하나로 합치고,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을 해산함으로써 사회간접자본·농림수산·문화예술 분야의 공공기관 87개 중 4개를 통폐합하고, 48개는 기능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과 비효율에 대한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구조개혁’ 표현조차 민망하다. 당초 통폐합 대상만 10개 이상이었던 사실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이는 노조 등의 반발은 물론, 부처이기주의에도 휘둘린 결과다. 산하 기관의 폐지·축소로 권한과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중앙부처들도 사실상 통폐합에 반대하며 기획재정부에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벌여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동량 확보를 위한 ‘제 살 깎기’식 과당 경쟁으로 비효율을 키우며 ‘규모의 경제’에 역행해온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대 항만공사의 통폐합이 무산된 배경도 달리 있을 리 없다. 기능이 중복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을 통폐합하긴커녕 각각의 기능을 더 강화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정부는 4개 기관 통폐합을 통해 5700명의 인력이 절감될 것이라면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며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극히 일부에 그친 통폐합조차 하나마나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식이어선 오는 10월에 시작한다고 예고한 연구·개발, 교육, 에너지, 산업 진흥, 보건·의료, 정책금융, 환경 등 6대 분야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 개혁은 모든 개혁의 시작”이라며 ‘환경 변화에 따라 불필요해지거나 중복된 기능의 과감한 통폐합’을 약속했다. 이번 정부 발표는 ‘과감한 개혁’과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공언한 그대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개혁 의지를 다잡고 부처이기주의 차단 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구조개혁도 올해가 박정부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