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중앙정치 정쟁 닮아가는 구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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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의회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이 중앙 정부를 상대로 따온 국비 사업을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들이 잇따라 부결 내지 축소시키면서 벌써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 간 정쟁(政爭) 구태가 재연됐다는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

문제는 대전 서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지난 22일 집행부에서 제출한 관저동 다목적체육관 건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을 부결시키고, 둔산동 수정·둥지아파트 주변 황톳길 조성 예산 5억 원 중 3억 원을 삭감하면서 불거졌다. 수영장이 포함된 관저 체육관은 총 97억 원이 투입되는 주민복지 사업이다.

이 중 국비 27억 원은 박병석(대전 서갑·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확보했다. 황톳길 사업 예산 5억 원은 박범계(대전 서을·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이 전액을 특별교부세로 확보한 사업으로, 무산될 경우 다시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야당 구의원을 중심으로 “현역 야당 국회의원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목 잡기’ 구태 때문에 애써 따온 국비도 못 쓰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동을 건 도시건설위원회는 6명 의원 중 새누리당 구의원이 4명으로 다수다. 물론 여당 구의원들은 이 같은 비판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들은 “체육관은 18억 원의 구비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하루 1000명 이상 이용시설에 주차장은 40면에 불과해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하고, 아파트 옆 황톳길 사업 역시 사생활침해 등 찬반 논란이 있어 충분히 심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주민생활에 밀착된 민생정치를 지향해야 할 지방의회가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종속돼 정쟁만 일삼거나 집행부 발목 잡기로 일관하는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전 서구의회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이 같은 구태를 재연한다면 기초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방자치 수술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김창희 대전 = 전국부 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