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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29일(金)
東아시아 건축의 핵심은 단연 지붕
韓, 살짝 휜 부드러움… 中, 날아오를 듯 화려함… 日, 밋밋하고 단순함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김동욱 지음 / 김영사

우리는 왜 서양처럼 돌로 큰 집을 짓지 못했을까. 유럽의 아름다운 석조 건물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리스 신전, 로마 원형 경기장, 하늘로 솟아오른 성당건축물로 이어지는 유럽 건축의 위대한 성취에 짓눌려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낸 김동욱 경기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전혀 그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중국 건축 역사에서 찾는다. 설명은 이렇다. 중국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단계에서 황토로 단을 높이 쌓고 그 위에 목조 집을 짓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 뒤 남북조 시대를 지나면서 목조 건축술은 한층 정교해져 고구려, 백제, 신라로 전해지고 다시 일본에 전파된다. 여기서 그럼 중국은 왜 돌이 아닌 목조로 집을 지었나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떤 학자는 토질이 우수해 석재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고, 서양처럼 노예 동원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모두 설득력 부족이다. 저자는 이보다는 재료, 노동력, 시간 면에서 목조 건물이 석조 건물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중국이 큰 목조 건축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섬세한 가공, 전체와 부분의 조화로운 비례. 돌집과 비교할 수 없는 정밀하고 세련된 건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철학도 한몫했다. “1000년을 지속하는 집을 지을 수는 있다. 하지만 100년 후에 누가 살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화를 이룬 한정한 집에, 이를 감싸는 즐겁고 안락한 장소를 만들면 충분하다.” 명대의 유명한 정원사 계성이 ‘원야(園冶)’에서 밝힌 생각이다. 집은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시적인 공간이라는 관점. 이 철학 역시 주변으로 확산돼 동아시아 건축의 토대가 됐다.

설명이 길었지만 이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한국 건축의 자리다. 앞선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일본으로 전하는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권 안에서 설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건축에 대한 거품 빼기, 탈신화화 그리고 객관적 시선 확보를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연한 신화도 생겼다. 한국 건축의 처마 곡선은 무조건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지만 이제 자기도취적 평가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 아전인수격으로 자화자찬해온 한국 건축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5P)

결론부터 말하면 책은 저자의 ‘선언’만큼 냉정하진 않다. 한국 건축이 어떻게 중국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하고, 16세기 일본 건축이 거둔 화려한 성취도 전하지만 새로운 분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즈음, 한·중·일 3국의 건축을 비교하며 옛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감각을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은 한·중·일 문화 교류사, 그 속의 건축 교류사라는 큰 흐름을 그린 뒤 지붕, 공포와 화반, 온돌, 창호문, 난방시설, 채색과 장식 등 부분부분, 세세하게 3국 건축 특징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 건축에 특별한 존재인 지붕을 보자. 유럽 건물이 벽체의 파사드, 즉 외관에 디자인의 초점을 맞춘 데 비해 동아시아 건축의 핵심은 단연 지붕이다. 동아시아 지붕은 공통적으로 건물에 비해 크고 곡선이다. 곡선도 처마뿐 아니라 넓은 지붕면 자체가 완만한 곡면이다.

이런 공통점 아래 제각각 특징도 있다. 중국 예원정자의 경우 꾸밈이 강하고, 날아오를 듯 지붕이 휘어져 있다면, 일본 신사지붕은 다소 밋밋한 곡선이다. 반면 한국의 문묘대성전은 기둥을 일직선상에 나란히 세우지 않고 가운데 쪽을 안쪽으로 살짝 휘어지게 해 건물 전체가 곡선을 이루게 한다. 또 한·중·일 건축의 차이점 중 하나는 난방시설로 우리 난방시설이 구들이라면, 중국은 캉, 일본은 고다쓰다.

‘엄격한 중국 공간’, ‘자연스러운 한국 공간’, ‘실내에 집중된 일본 공간’. 건축의 부분부분을 비교한 저자의 정리다. 중국의 공간 개념은 중축대칭(中軸對稱), 방정엄정적(方正嚴正的), 군체조합(群體組合). 중심축 선상에 건물을 대칭으로 배열하고, 모든 건물이 네모 반듯한 틀 안에 엄격하고 바른 모습으로 조합을 이룬다. 하지만 한국은 산이 많은 지형으로 건물은 좌우대칭보다는 지형에 따라 불규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일본은 큰 지붕 아래 내부 공간을 세심하게 분할했지만 외부 공간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건축에 대한 상찬은 삼가겠다 했지만 저자는 이같은 자연스러운 한국 공간이야말로 이 시대 감각에 맞다고 한다. 근대적 합리주의 시대 건축은 정확하게 계산된 세부가 중시됐지만 21세기엔 다양한 세부를 전체가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누각을 한국 건축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시야가 탁 트이고 좌우는 완만한 산세를 배경으로 소나무의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곳에 자리한 누각. “누각에 올라가 바람을 느끼고 싶다.” 3국 건축을 살펴본 저자의 바람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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