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엔 끝이 있다’는 사실 받아들이는게 ‘인간다운 죽음’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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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5-05-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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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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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대학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범상찮은 이력의 저자는 현재 하버드 의과대 보건대학 교수이다. ‘뉴요커’지 전속 필자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NPR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이렇게 대중적 관심을 받은 책의 내용은 부제에 오롯이 담겨 있다.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의사인 저자는 인공호흡기, 영양공급관,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화학요법과 방사능 치료 등 현대인이 보내는 삶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환자와 의사 모두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권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관심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정작 노년의 삶과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현대의학은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실패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 싸움을 통해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 연구 결과와 각종 사례들, 그리고 척추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노년의 삶은 무엇인지, 죽음은 무엇인지, 또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 다른 하나는 우리가 찾은 진실을 토대로 행동하는 용기다. 이 같은 용기를 내기 위해 삶의 마지막 단계에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위스콘신주 라크로스 지역에서는 1991년부터 의료진과 환자들로 하여금 삶의 마지막 시기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이 생의 마지막 6주 동안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의료 비용은 전국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기대 수명은 전국 평균보다 1년이나 길었다. 저자는 의사들이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듣고 해석해 이를 위한 조치를 안내해 줘야 한다고 한다. 해석적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삶의 마지막에 이른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이들의 관심은 고통을 줄이고, 삶의 품위를 유지하고, 다 끝내지 못한 자잘한 일을 처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을 유예하는 데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인간다운 마무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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