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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29일(金)
“우리는 누구인가?”… 科學과 哲學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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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는 의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본격적인 근대가 열리기 전에 과학과 인문학은 오늘날보다 소통이 잘됐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예, 그렇습니다. 자아는 사물(thing)이 아니라 과정(process)이에요. (…) 오늘날 우리는 과학에서 ‘영혼’과 ‘자아’라는 개념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인 토마스 메칭거의 주저없는 답변이다. 현대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듯하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장수’나 ‘영혼’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다. 연관이 전혀 없진 않다. 책은 세계적인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6권의 저서가 번역·출간된 독일의 슈테판 클라인(50)의 2014년 최근작이다. 주간지 슈피겔에서 과학기자로 일하는 등 저명한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 제인 구달, 엘리자베스 블랙번 등 11인의 과학자와 지난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해 주간지 차이트 마가진에 게재했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책의 제목은,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의 기능을 밝혀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블랙번의 말에서 따왔다.

저자가 ‘과학자’라고 묶어 말하지만, 인터뷰 대상 중에는 자연과학자와 함께 그쪽 영역을 넘나드는 철학자와 사회학자, 윤리학자 등 인문학자도 있다. 저자는 철학과 물리학을 같이 전공했는데, 인터뷰 역시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에 집중해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그 접점에서 현재 앞서가는 다양한 논의들을 한꺼번에 정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질문은 그에 대한 최신의 대답들을 유도한다. 그것을 관통하는 주제는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하지만 그 접점에는 오랜 논란이 있다. 소위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과학환원주의와, 과학은 플랑크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 그럴 수 없다는 인문학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과학자를 인터뷰할 때는 인문학적 입장에서, 인문학자에게는 과학적 입장에서 질문을 쏟아 낸다. 유전자가 모든 걸 조정하고 결정한다는 인간 이해를 한 과학자 도킨스, 오로지 효용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정하는 철저한 공리주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와 대화는 아예 ‘논쟁’이란 제목을 붙였을 만큼 불꽃 튀는 입씨름을 벌인다.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내면’ 혹은 ‘주관’이라는 문제를 둘러싼 과학과 철학의 만남이다. 과학은 가까운 장래에 유전자에 이어 중요한 단백질과 모든 뉴런의 목록까지 밝혀낼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거대한 맹점은 “엄밀한 과학으로 우리의 주관적 경험, 곧 내밀한 느낌에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신비주의로 치부해온 영혼의 문제들, 너무 모호하거나 철학적 대상으로만 등한시해온 인간의 내면 세계를 저자는 과학에 묻고 있다. 메칭거는 이에 대해 “어쩌면 50년이나 200년 뒤에 우리 후손들이, 특정한 조건들을 갖춘 신비주의적 체험들은 실제로 앎의 한 형태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임을 밝혀낼지 모른다”고 답한다. 책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스반테 페보,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 정신과 의사 앨런 홉슨, 의학자 데틀레프 간텐, 생물물리학자 크리스토프 코흐 등 현재 최고로 평가받는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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