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대통령 300명 되는 나라 될 수도”

“위헌소지 명백 재의 요구하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해야”

국회가 정부 시행령의 수정·변경 권한을 갖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이 300명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명백한 만큼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들 사이에서도 “여당이 국회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청와대나 정부와 사전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법 하나를 만들 때마다 국회 선진화법의 부작용으로 비정상이 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개정안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서 시행령까지 조율하게 되면 대통령이 300명이 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인데 시행령 권한까지 가져가게 되면 법령마다 지역을 따지고 당파적으로 흐를 수 있어 ‘입법부 독재’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법치주의와 달리 요즘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유연한 정책 집행을 위해서라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행령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원칙이 됐다”며 “헌법에서 명령·규칙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부의 심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또 시행령이 문제가 된다면 국회가 법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논란이 불거진 만큼 정부의 재의 요구를 의원들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해석 가능성을 폭넓게 담고 있는데 국회의 수정 요구에 정부가 일체의 재량권도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해석할 소지가 많아 위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야 하고, 이번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입법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위헌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에서 할 일”이라고 전제, “다만 국회 입장은 이해할 수 있으나 사전에 여당이 청와대와 조율하고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고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철순·이후연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