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사위 ‘배틀’… ‘여무-배틀展 류’ 내일 무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조춤 김백봉류 김태은.(왼쪽), 산조춤 이길주류 장민하.(중앙), 살풀이춤 이매방류 김진정.(오른쪽)

살풀이춤… 기운찬 몸짓 vs 세밀한 놀림

태평무… 절도와 무게 vs 화려한 기품

산조춤… 氣 흐름대로 vs 無我의 경지

오는 3일 저녁,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여성 단원이 참여하는 ‘여무-배틀전 ‘류’’(女舞-Battle展 ‘流’). 전통 춤의 유파별 무대를 선보인 후, 관객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전통 무용계의 ‘댄싱퀸’을 뽑는 자리. 참여 작품은 ‘살풀이춤’ ‘태평무’ ‘산조춤’ 독무 셋이며, 대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농악 판굿의 마지막 놀이인 ‘설장구춤’도 볼 수 있다.

각 유파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이번 공연은 40대와 30대 여성 춤꾼의 대결 구도이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40대는 기품 있으면서도 절제가 돋보이는 노련함으로, 30대는 강인함과 패기를 바탕으로 한 시원스러운 춤사위로 승부를 걸 예정.

◇살풀이, 힘차게 혹은 세밀하게…조흥동류(중부살풀이) vs 이매방류(호남살풀이) =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춤. 곱게 차려입은 흰색 치마저고리, 쪽머리에 버선발, 수건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그대로 그림이 된다. 한(恨)과 살(煞)을 풀어내기 위해 춤꾼은 낮은 시선으로 수건을 던지고 또 어른다. 느린 가락으로 시작하는 춤은 흥겨운 자진모리 장단으로 바뀌면서 활발해진다.

백진희(43)가 선보일 중부살풀이춤은 경기 중부 지역의 춤사위를 조흥동이 집대성한 것. 수건의 길이가 길고, 춤사위가 다양해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살풀이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아름다운 선이 강조되지만 이 춤은 남성적인 힘찬 기운도 담아내는 게 특징.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춤꾼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다. 김진정(39)이 추는 호남살풀이춤은 이매방(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의 개성이 두드러진 작품. 남도 예술의 정수와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건 사위는 호화롭고, 발놀림은 세밀하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교방춤(교방에서 추던 춤을 통칭)의 특징이 살아 있으며, 기교가 다양한 점이 특징이다.

◇태평무, 절도 있게 혹은 화려하게…한영숙류 vs 강선영류 =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해 왕비 또는 왕이 직접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은 창작 무용으로, 민속무용가 한성준(1874∼1942)이 무대 공연 작품으로 완성했다. 남자가 추면 왕의 옷을, 여자가 추면 왕비의 옷을 입게 되므로 궁중무용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민속적인 춤사위가 주를 이루는 중요무형문화재(제92호)다. 경기 무악(巫樂)에서 유래한 토속적인 가락과 32박 도당굿 장단에 맞춰 추기 때문에 가락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야 춤꾼이 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이지연(42)은 한영숙류의 절도 있고 무게감 있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손목을 꺾거나 뿌리고, 또 돌리는 동작들로 인해 손끝의 표정이 살아나는 게 특징이다. 강선영류의 춤은 이지은(37)이 춘다. 율동이 크면서도 팔 사위가 우아하고 화려해 기품이 느껴진다. 강선영류 팔 사위는 한삼을 이용하는데, 활옷과 한삼을 끼고 춤을 추면서도 조급하지 않은 발 디딤새와 어깨의 좌우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산조춤, 자연스럽게 혹은 무아의 경지로…이길주류(호남산조) vs 김백봉류(청명심수) = 산조는 19세기 후반 새롭게 등장한 기악곡 형식이다. 가야금 산조를 시작으로 거문고·대금·피리 산조 등으로 확대됐고 20세기 중반부터 산조 가락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장민하(45)가 선보일 이길주류 호남산조춤(전라도 무형문화재 제47호)은 호남의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산조 음악에 맞춰 춘다.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선율 속에서 춤꾼은 장단과 장단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과 흥, 신명을 섬세한 몸짓으로 구현한다. 호남지방 기방춤의 성향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몸의 기(氣)를 자연스럽게 따르는 게 특징. 청명심수는 김백봉이 교통사고로 춤을 못 추게 됐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운 춤으로, 가야금 산조 선율과 가락에 딱 맞아떨어진다. 김백봉의 삶과 영혼이 녹아 있어서일까. 무아의 경지에서 오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김태은(39)이 무대에 올린다. 공연 문의는 02-580-3300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