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구월산 유격대장 김종벽 대위와 이정숙 유격대원.1951년 국방부가 대구로 피신해 있을 당시 정일권 육군 참모총장 표창을 받으러 가서 기념 촬영 한 것이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6·25전쟁 당시 게릴라전을 펼치며 서해무장대를 조직, ‘구월산의 여장군’으로 불린 고(故) 이정숙 씨가 올해 2월 국가보훈처가 선정하는 ‘이달의 전쟁영웅’에 여군으로 처음 선정된 데 이어 6·25를 앞두고 국방부가 주는 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됐다. 6·25전쟁 당시 구월산 유격부대를 창설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남편 고(故) 김종벽 씨에 이어 부부가 동시에 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부부 무공훈장 수훈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이 씨의 아들인 김광인(60) 구월산 유격대 청장년회장은 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말 국방부로부터 어머니가 충무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올해 6·25전쟁 기념식 때 유족인 김 씨에게 훈장 증정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남편 김 씨는 2012년 충무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다.
부부 무공훈장 수훈은 아들인 김 회장이 국방부와 보훈처 등을 상대로 23년간에 걸쳐 부모의 명예 회복 탄원을 거듭한 끝에 성사됐다. 김 회장은 부모가 6·25전쟁 당시 유격대원으로서 혁혁한 공적을 세우고 조국을 구한 전쟁영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도 ‘6·25전쟁의 훈포장 등은 1953년 12월 31일부로 종결한다’는 이승만정부 당시 법 조항 등을 근거로 무공수훈을 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해왔다. 현재 구월산 유격대원 및 서해반공유격대원들은 600명 남짓 생존해 있으나 정부는 전사 사료 부족 등을 이유로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수훈 성사와 관련 “김 회장의 애끓는 호소가 인터뷰(문화일보 1월 29일자 29면 참조)로 소개된 뒤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부부의 활약상은 1960년대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됐고, 최무룡 감독의 영화 ‘피어린 구월산’과 고우영 화백의 만화 ‘구월산 유격대’를 통해 널리 알려져 왔다. 구월산 유격대는 김종벽 당시 대위가 1950년 12월 창설한 뒤 1·4후퇴 때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구월산 일대에 잔류, 후방 교란의 임무를 수행하며 중국군과 싸웠다.
이정숙 여성유격대원은 1950년 10월 황해도 안악군에서 처음 ‘서해무장대’를 결성해 적 후방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였으며 이후 구월산 유격대에 합류, 김 대위 보좌관으로 많은 전투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늦게나마 국가를 위해 싸운 부모님의 전공을 인정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벽제납골당에 안치된 부모님 유해를 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하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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