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웃기는 사람’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합니다

개그우먼 안영미와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가 잇달아 YG엔터테인먼트 품에 안겼습니다. 빅뱅과 2NE1, 지누션 등 힙합의 정기가 흐르는 회사가 갑자기 웃기는 이들을 영입했다고 하니 생뚱맞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합니다. “YG가 예능 시장이 유망하단 걸 깨달았구나.”

예능인들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먼저 관측한 건 SM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자회사 SM C&C를 통해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 내로라하는 MC들을 영입하며 세를 불렸죠. 이런 분위기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상장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AOA 등을 보유한 FNC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개그우먼 이국주와 문세윤을 가족으로 맞았고, 큐브엔터테인먼트에는 개그맨 김기리가 속해 있는데요. 각 회사는 지명도 높은 예능인들과 접촉하며 인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능인을 영입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판알을 튕겨보았을 때 남는 게 많기 때문이죠. 가요계의 경우 음원 시장으로 재편되며 신곡의 활동 기간은 1개월 안팎입니다. 드라마는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가량 방송되죠. 하지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평균 방송 기간은 5년이 넘습니다. 단순한 출연료 수익 배분을 넘어 SM C&C처럼 외주 제작에까지 나선다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죠.

게다가 최근엔 예능이 한류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버전 ‘런닝맨’과 ‘나는 가수다’의 매출은 이미 1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원조 프로그램 출연진까지 해외 팬미팅을 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예능은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닙니다. 게다가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 스타들과 예능인을 결합시킨다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만하죠.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예능인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빌 머리와 짐 캐리,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등 코미디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들이 대스타 반열에 오른 반면, 한국에서 예능인이나 희극인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곤 하는데요. ‘웃기는 사람=만만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성립돼 길거리를 다니다 “어디 한번 웃겨보라”는 기분 상하는 요청을 받았다는 예능인들의 토로를 여러 차례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예능이 한류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그들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 꽤 반갑습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것만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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