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훔치다 잡힌 20대 절도범은 ‘강간범’

오토바이 날치기로 1만 원을 훔친 범인을 잡고 보니 2년 전 성폭행 사건까지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8월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남성이 길을 묻는 여성을 외진 곳으로 유인해 무차별 폭행한 뒤 강간한 것이다. 인근 CCTV에 범인의 모습이 포착됐지만, 범인이 신고 있던 발목까지 오는 모양의 흰색 운동화와 범인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만 눈에 띌 뿐 남성의 얼굴을 식별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10개월가량 뒤인 2014년 5월 같은 운동화를 신고 같은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화장실로 끌고 가 강간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CCTV에 잡힌 운동화와 오토바이 밖에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그대로 묻히는 줄 알았던 성폭행 범행은 전혀 뜻밖의 곳에서 해결됐다.

지난 6월 7일 오전 6시쯤 일요일인데도 출근하던 이모(여·23) 씨가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성에게 핸드백을 날치기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정모(27)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증거물 확보를 위해 정 씨 집을 압수수색하던 경찰관의 눈에 특이한 모양의 신발과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2년 전 잡지 못했던 성폭행범의 신발과 오토바이였다. 우연하게도 정 씨를 쫓던 경찰관이 2년 전 미제 성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였고, 운동화와 오토바이 모양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결국, 정 씨는 2년 전 두 건의 성폭행 사건과 세 건의 오토바이 날치기 범행을 자백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