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자릿세 합법화 부작용 최소화해야

어림잡아 30조 원이 넘는 상가 권리금(자릿세)이 햇빛을 보게 됐습니다. 국회가 지난달 상가 권리금 합법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임대차 보호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개인, 특히 상가주인도 아닌 세입자(임차인) 간에 음지에서 오고 가는 돈을 법으로 보호하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입법’이지요. 자릿세를 ‘관행’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한 이상 앞으로 자릿세가 세입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그동안 상가 임대차 시장은 논란이 많았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비싼 임차료와 자릿세로 인해 가게 운영을 하고 싶은 영세서민들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기존 세입자들의 불만도 많았고요. 특히 일부 임대인이 임차료를 갑자기 올린다거나 상가를 비우라는 요구로 기존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임대인의 ‘갑질’ 때문이라기보다 기존 세입자 간의 자릿세 갈등입니다. 기존 세입자의 교묘한 자릿세 술수에 신규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세입자 간에 자릿세 관행이 이어졌지만 명확한 개념이나 기준이 없어 분쟁이 속출한 것이죠. 국토교통부가 자릿세 감정평가 기준을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무형자산인 자릿세를 거래처나 위치, (장사) 비결 등을 따져 기준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릿세를 합법화한 개정 임대차 보호법은 임대인의 방해로 임차인이 자릿세를 받지 못했을 때 자릿세 입증 문제, 임대인의 월세 인상률 상한선 규정, 재건축 시의 자릿세 보호 문제, 3000㎡ 이상의 대형마트·전통시장·쇼핑몰의 자릿세 미보호 등 문제점이 많습니다.

자릿세 합법화가 알려진 이후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일부 지역 신규 상가 임대인들이 상가보증금과 월세를 아예 처음부터 높게 책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목 좋은 신규상가의 경우 임차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신규상가의 경우 보증금과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는데 개정 임대차 보호법 이후 건물주나 임대인이 자릿세 합법화를 의식, 비싸게 책정한 것이죠. 자릿세 합법화는 임대인의 재산권 제약 등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는 사안입니다. 임대인이 자릿세 거래에서 이득을 본 것이 없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가를 함부로 비워 달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인들의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지요. 국토부는 자릿세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할 수 있는 자릿세 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