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폐기물 ‘장거리 운송’ 우려에 환경부 “밀봉 처리해 문제없다” 논란

정부 당일소각 지침 무용지물
이동 과정서 ‘지역감염’ 우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치료와 진단 등에 사용된 의료폐기물이 경북 경주 등 수백㎞ 넘게 지역 간 이동을 한 뒤 소각처리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폐기물의 유실 등으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기적인 점검 등을 하고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메르스 관련 의료폐기물에 대해 ‘이동 거리 최소화’에 이어 최근 ‘당일 소각’ 지침까지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지침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원들이 ‘저가’의 폐기물처리업체들을 선호하고 있어 폐기물 관리가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들 업체들이 소각량이 많아 현실적으로 지침을 따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의료폐기물을 안전하게 밀봉 처리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주민들의 기피 등으로 수도권 내에는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이 없어 불가피하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자체적으로 의료 폐기물이 안전하게 운송되는지 등에 관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의료·환경 단체들은 감염성 질병이 발생한 상황에서 의료폐기물을 멀리 이동해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약 30% 이상은 100㎞ 이상 장거리 이동을 하고 있는데 메르스의 진원지인 수도권에서 경북지역 등으로 엄청난 양이 매일 이동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의료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의료폐기물은 338㎞ 떨어진 경북 경주의 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서울성모병원은 275㎞ 떨어진 경북 고령의 처리업체로 의료폐기물을 실어 나른다. ‘메르스 안심병원’인 서울대병원도 경북 경주의 업체(349㎞)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경북 고령의 업체(293㎞)에서 의료폐기물을 처리한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