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難局일수록 軍철책선은 더 강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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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 이화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15일 오전 북한군 병사 한 명이 귀순 의사를 밝히고 우리 쪽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그런데 그 북한군 병사는 14일 밤에 우리 전방소초(GP) 바로 앞에서 하룻밤을 대기한 뒤 이튿날 아침에야 발견됐다고 한다. GP의 핵심 임무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적을 감시하고 관찰하는 최초의 방어 체계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은 물론, 불과 몇 미터 앞 지척에서 하룻밤을 기다렸지만 우리 군에 발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세기 포괄적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보자면, 특히 군사안보의 영역에서 너무도 쉽게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뜻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평화, 질서, 정의, 그리고 안보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안보’는 여전히 21세기 유일의 분단국 입장에서, 당연히 그 개념 규정이 확실해야 함에도 각자의 처지와 생각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안보에 대한 다양하고 차별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21세기의 안보는 20세기의 경우와 달라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어느 한 특정 영역의 안보는 혼자서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영역에 걸친 안보의 유지가 하나의 거대한 그룹을 이룰 때만이 포괄적인 안보 상황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포괄적 안보’라고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비유하자면, 우리 삶의 진정한 안보는 메르스로 인한 ‘인간안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환경안보’,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제안보’, 무엇보다 확실한 국가안보 상황을 유지하는 ‘군사안보’ 중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매우 모범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고, 지금 지속적인 민주주의 발달과 제도에 입각한 선진 경제를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우리의 발목을 잡는 대상은 북한이고 분단 대결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과제보다도 북한을 상대로 한 ‘확실하고 안전한’ 군사안보의 실천을 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번 북한군이 ‘대기 귀순’이었기에 망정이지 교묘하고 악의적인 의도로 우리 사회를 교란할 목적을 가진 탈북 군인이었더라면 어떻게 됐을 것인가….

물론, 메르스 사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고, 점차 경기도와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뭄을 신속히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메르스의 인간안보든 환경안보든, 이러한 접근과 국가 자원의 배분이 ‘군사안보’ 문제와 대체재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문제를 국가 지도자 탓으로 돌릴 수도 없고, 또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라는 인식도 정답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난국(難局)일수록, 또 눈앞에 해결해야 할 시급한 어젠다가 산적한 때일수록, 한반도에서 가장 기본 전제인 군사안보의 안정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병력을 휴전선에 더 배치하고 또한 인프라 투자를 통한 옵션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러한 주장이 과거 지향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주장은 ‘평화의 유지는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에 비례’ 한다는 매우 평범한 진리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