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5일 춘천시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철저히 준비하고 완벽한 사후 활용방안까지 마련해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정치인 귀족화… 삶의 현장과 괴리
권력있는 곳 경제 몰려… 개헌해야
강원도 선별·보편 복지 차이 없어
불필요한 논쟁 않고 보편복지 추진
금강산 관광 재개·제2 개성공단…
경제분야 남북교류 활성화 추진중”
“매일같이 하루 약 400㎞씩 자동차로 관내를 돌아봅니다. 위로는 고성부터 아래로 태백, 평창까지 다닐 곳이 많잖아요?” 지난 15일 오후 춘천시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만난 최문순 강원지사는 기자 출신답게 현장을 다니는 게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루 400㎞면 대략 4∼5시간이 걸린다. 오전 9시 출근해 급한 결재나 회의를 겸한 도청 간부 오찬, 혹은 외빈 만남을 마치면 여지없이 관용차를 끌고 나선다. “타이어 교체비가 제법 나오는 편”이라고 배석한 간부가 살짝 귀띔했다. 민생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니는 최 지사는 또 하나, 감자처럼 순박한 외모로 동네 형을 만난 듯 쉽게 다가서게 만드는 친근감이 큰 장점이다. 신남리 촌동네에서 태어나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모두 춘천에서 다닌 ‘토박이 감자바우’지만 도지사 재선의 바탕엔 이런 노력과 품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는 그는 정치 문제부터 국가대사인 올림픽과 강원도 현안에 이르기까지 2시간여 동안 계속된 인터뷰에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소박한 말투로 진솔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나 소속 정당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가감 없이 자신의 입장과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도의원 등을 대부분 석권한 여당의 텃밭에서 당당히 야당 도지사로 외롭게 살아남은 비결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경기도와 대구시 등은 야당과의 연정이나 시민과의 적극적 소통·협치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공학적인 것보다는 인간적·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제일 좋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정치행정의 하방(下放)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도 혁신·협치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 분쟁의 대부분은 정치 엘리트 간의 문제다. 정당 간 치열하게 싸우지만 국민들 삶의 현장에서는 남의 일로 느껴진다. 일반인의 삶과 괴리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당의 제일 큰 문제는 추상적 표현이긴 하지만 국민과의 거리를 뜻하는 ‘귀족화’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도 결국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국민들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느끼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전국 단체장들은 중앙과 지방의 업무위임은 3대7, 재원배분은 8대2로 불균형이라고 지적한다. 불균형을 바로 잡을 제언이 있다면.
“현재 헌법은 1987년 민주화운동 직후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에 걸맞지 않다. 정치 체제도 특정 개인에게 의존해 정치·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변했다. 권력이 있는 곳에 경제도 연결된 집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원제와 미국식 통합형 대통령제, 지역갈등 완화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통일국가로 가기 위한 남북경제공동체 등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모든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개헌이 이른 시일 내에 논의돼야 한다. 또 국고보조사업 신규 편성 등의 입법, 정책 결정과정에서 자치단체장과의 협의 의무화 등 지역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발굴과 자치조직권의 자율성 보장, 자치·국가 사무의 구분체계 정비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막대한 예산 투자와 사후 관리 문제 등으로 우려가 큰데.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과잉투자가 평창에서도 이어질까 하는 부정적 인식이 늘어났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은 종목 수가 아시안게임의 절반밖에 안 되고 총사업비도 1조5500억 원, 이 중 경기장 건설에 8000억 원이 들 정도로 규모가 작다. 최근에는 올림픽 개최 후 관리 등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 많아 이를 철저히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설 경기장을 설계하거나 지을 때부터 핵심적인 시설은 보존·유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철거키로 하는 등 전문가 자문회의와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최적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겠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 문제에 대한 소신은.
“강원도의 경우 고교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경우 99%가 대상자여서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에 차이가 없다. 대상과 액수에 차이가 없다면 선별·보편복지 논쟁은 허망하다고 보기 때문에 보편복지를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는 가계복지와 정부의 공공복지를 합쳐 2000조 원을 넘어서니까 복지도 한계에 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영리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 국민을 먹여 살리는 방식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접경한 자치단체로서 남북교류 계획은.
“정부에서 5월 초에 민간·자치단체의 교류 확대방침을 발표했다. 남북 당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복 70주년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정경분리, 선경후정’의 원칙을 갖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철원평화산업단지의 제2 개성공단 조성, 북한 산림자원 조성, 금강산 공동영농사업 등 경제 분야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유소년축구대회 추진 등 스포츠 교류 확대와 북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인도적 지원, 신규 사업 발굴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ㅡ세계적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춘천시 상·하중도 일원에 추진 중인데 진행 경과는.
“총사업비 5011억 원이 투입되는 레고랜드는 국내 관광분야 최초의 외국인 직접투자 사업이며 세계 7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조성되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문화재가 출토돼 유적지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에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사업은 문화재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존을 원칙으로 개발과 보존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기반시설 공사에만 머물렀으나 9월쯤에는 부지에 시설물을 세우는 본공사를 시작,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레고랜드가 들어서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세계적 명품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터뷰 = 노성열 전국부장, 정리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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