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인터넷銀行은 핀테크 도약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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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前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인터넷 전문 은행(銀行)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금기시돼 온 금산(金産)분리 원칙을 깨고 재벌만 아니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실명 확인도 허용하고 최저 자본금도 10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세계적으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간 융합으로 금융 서비스 혁신이 급격히 진전되는 추세에 맞춰 국내에도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인터넷 전문 은행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도록 함은 물론 핀테크 산업도 육성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반대 의견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 시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 허용 반대 주장은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IT와 금융의 융합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조류와 맞지 않다. 금산분리 원칙은 과거에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로 인한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한 장치로, 지금 같이 자금 잉여 시대에는 맞지 않다. 더구나 외국에서 보듯 대규모 부실 우려도 적다. 사금고화 우려는 허가할 때 대주주 자격 요건 강화나 금융 감독 강화로써 막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금산분리 원칙을 가진 미국은 이미 20년 전에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을 허용했고, 우리보다 IT와 금융 발달이 늦었던 중국도 수년 전에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인터넷 기업에 인터넷은행 업무를 허용했다. 반면, 우리는 2002년에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인터넷뱅크(V뱅크) 설립 움직임이 무산됐고, 2008년에는 정부의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무산됐다. 이처럼 국내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이 10년 이상 지체됨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모바일 이용 수준을 갖고 있음에도 모바일 금융 수준은 낙후돼 있다.

최근 국내 모바일 거래 시장이 연 200% 이상 성장하고 있으나 벌써부터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외국 업체에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또,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국내 기업은 한 개도 없다. 앞으로 점포가 없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 도입되면 원가 절감으로 저렴하고 신속한 금융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특히, 서민에 대한 소액 중금리 대출과 저렴한 결제 서비스 제공은 기존 제2금융권의 고리대출이나 카드사의 고금리 영업 행태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핀테크 산업의 다양한 사업 모델 가운데 한 분야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100여 개에 이르는 전 세계 인터넷 전문 은행을 보면 은행·보험·통신·포털·자동차·유통 등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각각의 특색 있는 사업 모델을 갖고 틈새시장(nich market)에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초기에는 기존 금융권과 다소 중복되는 영업 행태를 보이지만, 산업자본의 참여가 허용되면 다양한 형태의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선보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ICT 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 허용 시 부실이나 개인정보 보호, 금융 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책임과 같은 문제들은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 대응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지난 10여 년의 시행착오를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