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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5년 06월 23일(火)
‘혐오 발언 제재’ 野 발상,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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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17일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지역감정·종북타령, 내년 선거에 또?’였다. 토론회 제목부터 주제까지 실소를 자아낸다.

우선, ‘제재’라는 발상부터 불편하다. 혐오 발언이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장본인들인데 누가 누구를 제재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입법 토론회를 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내뱉은 혐오 발언들에 대해 정치인들 스스로 자기반성과 사과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는가.

토론 주제는 더욱 한심스럽다. ‘지역감정·종북타령’이 혐오 발언의 대명사인가. 더욱이 혐오 발언을 ‘제재’까지 하면서 막으려는 것이 ‘내년 선거’ 때문이라는 말인가. 막말과 악성 댓글의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와 법안들이 수없이 제안됐지만,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저버릴 수 없다는 비판적 여론을 넘지 못했다. 회원 가입을 할 때에만 실명으로 하고, 이후 게시글이나 댓글을 쓸 때는 닉네임을 사용해 익명성을 보장하는 이른바 ‘제한적 본인 확인제’마저도 위헌결정이 난 마당에 특정 표현 제재가 가능하겠는가.

평소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강조해 온 야당에서 이런 입법토론회를 개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통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혐오 발언’에 대해 또 다른 제재 법안을 만드는 것은 입법 만능주의적 과잉 대응이다.

또한, 실제 입법을 한다 해도 ‘혐오 발언’의 정의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혐오 발언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는 단지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무차별 막말을 하고는 팔로워(follower)나 댓글의 숫자에 한껏 고무돼 마치 전장에서 무공이라도 세운 듯 으스대는 도덕 불감증자가 넘쳐나고 있다. 막말은 다수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열성 지지자에게는 쾌감을 안겨주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계산된 막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혐오 발언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처음부터 따로 구분되는 건 아니다. 특정 지역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만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혐오 발언을 척결하자는 총론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혐오 발언이나 막말의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 의도 역시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문화운동과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여야를 막론하고 혐오 발언이나 막말을 일삼은 정치인들부터 내년 총선에서 영구히 퇴출시키는 성숙한 유권자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지역·이념·계층·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혐오 발언이 더는 활개 치지 못하도록 모두 함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 혐오 발언 근절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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