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안 바꾸면 또 당한다>“질병관리본부, 廳으로 승격시켜 현장의 컨트롤타워 역할 맡겨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관리대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에서 숱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충북 청주시 오송읍) 전경. 김동훈 기자 dhk@

“사회적 자원·권한 보장하고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줘야”

‘질병관리본부와 본부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실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 과정에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자원과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2013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병원 의사들로 꾸려진 즉각 대응팀이 메르스의 지역 사령관 역할을 하고, 대학교수와 민간 병원의 레지던트가 총동원돼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질병관리본부가 엄청난 약체 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질병관리본부 내에는 이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인력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2007∼2011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역시 “질병관리본부에도 (감염병 관리) 경험이 있지만 그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남지 못한 데는 인사 문제가 자리한다”며 “학문적 연관성을 무시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무작위로 뽑은 결과,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일반행정직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과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충분한 무기를 쥐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감염병 관리에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공공의료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병원 내 안전도와 정보 투명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감염병 격리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과 일반환자의 감소 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병원 내 감염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교수는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이 ‘똥볼’을 찬다고 감독의 권한을 빼앗아 선수 선발도 못 하게 하면 팀의 체질이 강화될 수 있겠냐”며 “경기에서 선수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감독에게는)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메르스 대응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장이 관계 부처와 협력하고 현장을 지휘·통솔하는 권한을 갖지 못한 채 상부 보고에 더 열을 올리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 그 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현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