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lass='emp_01'>[단독]</em>‘빵빵한 매출’… 대전 빵집 성심당, 파리바게뜨·뚜레쥬르도 눌렀다](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4/2024041801072407205001_300.jpg?v=20240418174424)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소장이 22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에서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에 대해 집중 지원하는 풍토에서 창의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오준호 카이스트 로봇연구센터 소장
미래사회를 묘사하는 소설이나 영화에 꼭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하나가 로봇이다. 어렸을 적 TV에서 보았던 우주소년 아톰이나 마징가 Z, 로봇태권브이 등의 로봇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에 불과했지만 최근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사이보그(cyborg)’를 소재로 했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전투로봇은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이미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 얘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진 않았지만 학습을 통해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로봇도 발표되고 있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나 귀찮은 일에 대부분 활용된다. 청소, 설거지와 같은 집안일이나 장애인·노약자의 손발이 돼주는 일, 의사의 손으로 하기 어려운 세심한 수술, 우주나 해저·고온 등 위험한 환경에서 하는 작업 등이다. 그 때문에 산업분야와 의료, 우주탐험, 해저탐험 등 로봇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집이나 직장, 상가, 도서관, 학교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동일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물과 연결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Ubiquitous Society)’ 환경도 로봇 없인 구성되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산업을 대표하는 신산업으로 로봇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시에서 열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연대회’에서 카이스트의 인간형 로봇 ‘휴보’가 우승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최고의 로봇 개발팀 24곳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카이스트 휴보팀은 44분 28초 만에 8개 과제를 완수해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출전팀을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2004년 휴보가 첫선을 보인 이래 11년 만에 국산 로봇기술의 수준과 가능성을 만방에 과시한 쾌거라고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휴보 개발을 주도한 30여 명의 학생들로 이뤄진 ‘팀 카이스트(Team KAIST)’를 이끈 주인공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의 오준호(61) 교수다. 그는 카이스트 내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의 소장직을 맡고 있다.
22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내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를 찾아갔을 때에도 오 소장은 다음 날 있을 한국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팀 경기에서 시타를 맡은 휴보의 타구 동작을 가다듬기 위해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휴보는 배트를 양손으로 잡고, 오른쪽 어깨 위로 올린 뒤 실제 타자처럼 공을 향해 팔을 내뻗는 장면까지 재현해냈다.
오 소장은 “우리가 언제부터 로봇 강국의 대열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국내 로봇 개발 환경이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한국은 로봇 강국’이란 말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외국에선 로봇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비쳐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 휴머노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원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휴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자 개인의 열정과 고집으로 연구를 이끌어 온 것이지, 지원 시스템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로부터의 연구비 지원이 없었다는 얘기인가요.
“모 국내 일간지에서 정부가 전시행정에 올인한다는 논지로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는데 그 전시행정의 예시로 로봇 개발이 꼽혔지요. 정부가 전시행정을 하느라 로봇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비판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보행이나 지능형 로봇 등 일부분씩 떨어뜨려서 학문적인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어요. 휴보의 경우 2004년부터 7년간 평균 5억 원 정도 지원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럼 휴보 연구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나요.
“연구 내용이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연구비를 모두 반환해야 합니다. 휴보의 경우 상업용이 아니어서 그동안 받은 30억 원가량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 비용을 마련하고자 2011년 휴보랩에서 학내 벤처기업인 레인보우를 창업했지요. 그 회사를 세워서 미국과 싱가포르에 8대의 연구용 로봇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연구비를 충당했지요.”
―5∼6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있었는데, 현재는 휴보 하나만 남았다. 그 이유는.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지금까지 끌어왔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개발도 어려워질지 모르지만 저는 이 연구를 계속 이끌어가고 싶어요.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연구원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대기업의 스카우트도 거절하고 여기서 일하는 3명의 박사가 지금도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렵게 느꼈던 코스는 무엇이었나요.
“모든 팀이 가장 어려워한 것이 차에서 하차하는 미션이었지요. 그 미션을 포기하면 만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들 여러 가지 보완책을 썼어요. 예컨대 자동차 밑에 발판을 대서 하차한다거나 운전석에 긴 봉을 대놓고 그걸 지지해서 내리게 하는 트릭을 쓰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희 팀은 그런 트릭을 쓰지 않고, 직접 차에서 뛰어내리게 했어요. ‘다이내믹 이그레스’라고 이름 붙인 기술입니다. 첫날 경기에서 우리의 다이내믹 이그레스가 다르파 메인 홈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이례적인 기술로 평가받았어요.”
―2013년 예선에선 중위권이었는데 2년 만에 우승팀이 된 비결은.
“1년 반 전 예선 당시 처절했던 실패(2013년 플로리다 예선에서 9위를 한 것)를 반추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는 경험도 없었고, 경연장에서 로봇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쓰러졌던 쓰라린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너무 뼈아파서 집중적으로 보완했어요. 하드웨어, 전자부품, 내부 통신의 안정성, 카메라, 마이크로폰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주변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을 목표로 로봇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봇이 강해진 겁니다.
―휴보가 대회에서 부여하는 미션에 최적화된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향후 대회가 아닌 상황에서의 활용방안은.
“휴보가 최적화돼 있다는 것은 일본 언론의 평가예요. 미션에 특화돼 있다는 것도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고요. 재난로봇 챌린지라고 하는데, 재난은 굉장히 범위가 넓습니다. 홍수, 지진, 화재 등 상황을 모두 재난이라고 합니다. 다르파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 같은 인재 상황을 가정해 미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운전하고, 하차하고, 문을 열고, 밸브를 돌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등의 임무지요. 생각해 보세요.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면 그 임무를 누가 맡아야 할까요. 사람이 아닌 로봇이지요. 지금 휴보가 탁월하게 수행하는 기능도 실제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기능이라고 보면 됩니다.”
―평소 팀원들이 오 교수와 함께하면서 힘들어하는 점이 있다면.
“모 교수가 휴보랩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우리 연구소엔 회식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연말연시나 기념일 그런 게 거의 없고, 1년에 한 번 회식을 할까 말까 합니다. 점심에도 단체로 나가 식사를 하는 일도 드물지요.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연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연구의 흐름을 끊지 않는 시점에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교수님은 물리적인 시간 모두를 연구 시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밥을 먹든, 샤워를 하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연구과제를 생각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회식은 1년에 한 번 연말에 하는 게 고작이고 점심시간은 20분, 연구원들은 햄버거처럼 대충 간단하게 때우는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또 학생들이 수행하는 연구과제가 생겼을 땐, 언제까지 해오라고 시간 제한을 두고, 그 시간 안에 제출한 성과물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제대로 집중하지 않은 것이라 혼을 냈다고 한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우승 비결로 팀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끈 오 교수의 리더십을 꼽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휴보의 시각 쪽을 담당한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는 “오 교수가 특수부대원을 훈련하듯 힘든 훈련을 반복해 기술력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던데요.
“우리나라 상위 1% 천재들이 카이스트를 다녀요. 고집이 세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바꾸지 않는 천재들이죠. 로봇 연구는 3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방향을 잘못 잡으면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지요. 그래서 제가 ‘속는 셈치고 3일만 이 방향대로 해보자’고 말했어요. 무릎이라도 꿇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했고, 실제로 무릎을 꿇었죠. 그게 소문이 난 모양이네요.”
―로봇 연구 전체를 놓고 보면 휴머노이드를 효율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인간형 로봇은 수많은 형태의 로봇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인간형 로봇이 가시성이 좋아 주목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드물어요. 전체 로봇 분야를 놓고 보면 다른 로봇들 연구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고요. 인간형 로봇이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그래도 계속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모든 기술이 집약되기 때문에 로봇 기술 한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로봇 개발 수준은 어디쯤 와 있나요.
“로봇기술 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가장 강하고, 유럽과 일본이 같은 수준이며 한국은 그다음쯤 된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일본, 미국 등에서도 이제 경쟁 상대가 하나 더 늘었다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그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뛰어넘겠다고 장담할 순 없어요. 다만 서비스 로봇이나 애플리케이션 위주 로봇 시장은 현재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번에 좋은 결과를 냈지만 단기적 투자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로봇 개발환경의 열악한 부분을 개선하려면 현재와 같은 연구비 지원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우리나라의 연구 풍토는 ‘뒷북치기’ 식이 많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선진국에서 연구결과가 나와 히트를 치면 난리가 납니다. 남이 안 하는 연구를 하려면 ‘왜 하느냐, 턱도 없다’는 식이고요. 새롭게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연구과제로 제안할 엄두조차 못 내요. 휴먼 로봇의 경우에도 아직 연구용이거나 교육용이고, 벌써부터 지나치게 목적 지향적인 연구과제를 요구합니다. 그런 연구를 해서 얻는 보상이 뭐냐는 것이지요.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그런 식입니다. 집중연구 대상이 돼 연구비 지원을 받고 나면 결과적으로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는 비판적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중지원도 좋지만 꾸준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자들이 연구보다는 부수적인 업무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연구자들이 느끼는 애로 중의 하나는 연구 책임자들이 연구 외에 기획서 작성, 각종 회의, 평가보고서 작성, 연구비 관리 등에 매몰돼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 역량을 갖춘 분들이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끌려다니다 보니 연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동료 과학자들을 만나보면 은퇴한 후 모습이 한마디로 ‘도사티’가 나요. 자신이 맡았던 분야에서의 경험과 학식을 모두 갖춘 ‘도사’의 풍모를 풍긴다는 얘기예요. 우리는 무지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60세나 70세에 은퇴한 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우리는 특정 분야보다는 여러 분야에 걸쳐 너무나 많은 일을 해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컨대 누구나 열심히 하면 85∼90점은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95점을 받으려면 그보다 10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98점을 얻으려면 100배, 100점을 받으려면 1000배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고요. 흔히 2% 부족하다는 표현을 합니다만 2% 부족하다는 건 ‘꽝’이란 얘기와 진배없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2%가 빠진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씀인지요.
“95점짜리 ‘짝퉁’은 넘쳐납니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결국 2% 부족하면 짝퉁이 되고 만다는 것이지요. 가령 어떤 분야에서 선진국 기술이 100%이고, 우리는 80점이라고 칩시다. 그 격차가 20%이고, 기술격차를 줄이는 데 2년이 걸린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 격차를 못 따라잡는다고 해야 옳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뛰따라가는데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그걸 바라볼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왜 일본의 부품소재를 못 따라잡고 있을까요. 그건 이미 100년 전부터 일본에 있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나요.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꿈’이나 ‘목표’에 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해왔고, 그 방향으로 줄곧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꿈이라고 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꽃과 같은 인상을 주지요. 풀밭에서 손에 닿는 꽃을 따면서 그 길을 걸어왔고, 그러다 보니 먼 곳의 꽃을 볼 필요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무빙 타깃(움직이는 목표물)을 따라서 왔다’거나 ‘목표는 디렉션(direction·방향)이지 골(goal·목표)이 아니다’는 말을 합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요.
“제가 로봇을 연구하지 않았더라면 천체물리학과 같은 순수 물리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로봇 연구가 인류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지요. 때론 저 자신이 하는 일이 중·고등학생 때 꿈꿔왔던 ‘철학자’와 같은 삶의 형태와 너무 멀어져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기도 합니다. 그 당시의 생각들이 유치하게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우주의 본질’과 같은 근원적인 의문에 푹 빠져 철학자와 같은 고민을 하던 시절이지요. 순수과학을 하는 분들의 경우 그러한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많지요.”
―관계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부가 연구과제를 놓고 집중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평가시스템이나 지표평가(객관적 평가)를 하다 보면 수준 높은 연구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집니다. 연구자 자신이 연구 목표를 아예 처음부터 낮춰 놓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지표로 본 숫자와 목표치는 일치하는데 그런 뻔한 연구를 왜 했느냐는 묘한 생각이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좀 더 ‘주관적 평가’도 해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훨씬 장기적인 평가기준이 필요합니다. 5년이 지나면 모든 연구가 종료된 것처럼 털고, 프로젝트 이름만 바꾸지 않는 한 같은 연구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풍토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른바 ‘중복연구 금지’를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기껏 티코를 만든 뒤 그랜저를 만들겠다고 하면, ‘자동차를 만들어놓고 왜 또 만드느냐’는 식이 될 수 있다는 비유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할 수 있도록 묻지도 말고 지원해야 진정한 ‘도사급의 전문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인터뷰 = 박양수 부장대우(경제산업부)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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