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하룻밤 두번… 어느 공무원의 ‘진상 甲질’

환경부 산하기관 소속 40代
EU환경기준 통과한 수입車
환경인증서 발급 질질 끌며
3200만원 상당 금품·접대

지난 1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소속 연구원 A(42) 씨는 3000만 원대 중반 수입차를 무려 34%나 싼 가격으로 샀다. 배출가스, 소음 등 ‘환경인증 검사’에 사용된 차량은 시중 가격보다 싸게 파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A 씨는 사고 싶은 수입차를 사전에 자신의 권한으로 수시 검사 대상 차량으로 지정해 인증검사에 사용하게 한 후 친형 명의로 이 차를 사들였다.

그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 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여종업원이 일하는 B 유흥업소에 수입차 업체들을 수시로 불러 접대를 받았다. 지난 5월에는 같은 날 각각 다른 업체 관계자로부터 하루 저녁에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업소에서 향응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출장을 가며 수입차 업체 관계자를 대동해 현지에서 식사 및 술접대를 받았고, 지방출장을 갈 때에도 업체 관계자에게 미리 자신의 일정을 알려 현지에서 접대를 유도했다.

환경부 산하 연구원 A 씨가 독점적 권한을 바탕으로 ‘환경 인증’을 질질 끄는 방법 등으로 수입 자동차 업체로부터 갖은 금품과 향응을 받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환경인증 과정에서 인증 신청업체 관계자로부터 32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법적으로 15일 내에 해야 하는 환경인증을 고의로 지연시킨 뒤 ‘급행료’를 낸 업체만 선별적으로 인증서를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가 인증을 미룬 차 대부분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기준으로 환경 인증을 하는 유럽 등에서 이미 인증을 한 차례 통과한 차들이었다.

A 씨의 갑질 행세는 결국 수입 자동차 업체의 반발로 드러나게 됐다. 주한유럽연합대표부(EU-ROK)가 회원국의 자동차 업체로부터 ‘한국의 교통환경연구소 공무원이 고의로 인증서 발급을 지연하고 급행료를 받고 있다’는 민원을 받아 환경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문을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A 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향응은 받았지만, 현금은 받은 사실이 없고, 업무상 관계없이 친분 있는 사람에게만 향응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A 씨에게 7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 C(36) 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한 또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 13명은 뇌물 액수가 소액이어서 입건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